[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구름類
흘러가는 것들 사이에
틈이 있다
그 안에서 부화되고 싶다
깃털 달린
바람의 사생아로,
- 정다인(시인)
최근 ‘창작은 편집이다(editology)’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창작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 구성하고 해체하며 재구성한다는 의미다. 시인은 언제나 좋은 시를 쓰기 위해 갈망하는 사람. 낯선 문장을 찾아 나선 시선이 저 구름에 머무를 때, 공중은 바람에 의해 변화무쌍한 구름 이미지로 가득하여서 이 또한 재편집의 결과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흐른다는 건 움직인다는 것이며 살아 있다는 증거겠으나 자기만족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각오가 대단하지 않은가. 바깥바람의 인기척에 귀 기울여 줄탁을 꿈꿔보는 것이다. 모방도 편집도 아닌 너머, 자기만의 시 세계를 위해 겸허한 자리의 사생아를 자처하지만 바람에 몸을 실어 이미 맘껏 문장을 부리고 있는 시인의 저 화려한 깃털을 보라. 예감이 참 좋다.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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