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총장공모제 폐지해야
[아침논단] 총장공모제 폐지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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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근 대학가에는 지난여름 총장직선제를 주장하며 투신한 부산대 한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총장공모제에 대한 비판과 총장직선제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부산대에서는 이미 교수회와 대학본부가 총장직선제에 대해 합의하였고, 한국해양대학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상대와 충남대 교수회도 얼마 전 총장선출방식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여 경상대의 경우 전체 교수 744명 중 681명(91.5%)이 투표에 참여하여 571명(83.9%)이 총장직선제 전환을 택하고, 충남대의 경우 전체 교수 875명 중에 616명(70.4%)이 투표에 참여하여 473명(76.8%)이 직선제를 찬성하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총장공모제를 고수하고 있어서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더라도 최종 임명제청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총장공모제는 구성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허구의 로또선거이다. 교육부가 금권선거, 학내 정치화 및 파벌조성으로 인한 교육 및 연구 분위기 훼손 등 총장직선제의 폐해를 이유로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공모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내정치화와 파벌선거 운동이 나타나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보직 나누어먹기나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한 학내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상징하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면서 채택한 총장공모제가 총장직선제의 폐해를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개악이 된 것이다.

총장은 대학을 대표하며 대학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총장만이 구성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서 대학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대학정책에 대하여 대학의 형편이나 사정을 강력하게 전달함으로써 대학발전을 위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와 지지를 바탕으로 재정지원과 감사라는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가 불합리한 대학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때에도 이에 대응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진정한 대학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비리나 연구부정에도 불구하고 공모제를 통해서 당선된 총장이 교육부의 임명제청을 받아 임명된다면 과연 그러한 총장에게 구성원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총장직선제만이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니며 간선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로또추첨과 같은 방식으로 선정되는 소수의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현재의 총장공모제는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자율성, 대표성, 정당성, 책임성 등 총장직선제가 가지는 장점을 모두 퇴색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공모제의 특별한 장점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로지 어떤 사람이 이 위원회에 추첨을 통하여 들어가는지 그날의 운수에 의해서만 총장후보자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로또선거라는 오명만 남아 있을 뿐이다.

대학은 구성원 모두가 맡은 바 소명을 다하고 대학 총장이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함으로써 독창적인 대학문화를 만들어 내고, 대학마다 다양한 문화가 자리할 때에 우리나라 대학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현재의 총장공모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제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켜본 다음에 개선하자는 의견은 설득력이 없다. 그 대안이 총장직선제로 다시 전환하는 것이든 공모제 방식을 바꾸어 진정한 의미의 간선제를 도입하는 것이든 잘못된 제도는 지금 바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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