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18)웅상농청장원놀이
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18)웅상농청장원놀이
  • 손인준 기자
  • 승인 2015.10.19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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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꾸민 농경의례, 농부의 삶이 살아있네
 
웅상장원농청놀이


◇시대적 배경

양산시 웅상지역은 지역적으로 회야강 상류 유역의 풍부한 수원과 비옥한 땅이 넓게 형성되어 있어 삼한시대부터 농경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이 놀이의 주전승지인 명동마을은 마을 뒤편에 거대한 고분군의 발견과 출토된 토기파편 등으로 보아 AD5~6세기를 전후하여 마을이 형성되어 집단거주가 이루어졌음이 추정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농경사회 발달이 이루어지고 경작지의 확대로 가족단위 노동에서 마을단위 협업 노동력의 필요성에 의해 후대에 와서 ‘농청’이라고 하는 조직체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농청 구성원은 노동력을 가진 성인 남녀가 되는데 마을 전체의 협업적 역할을 위해 각 농가마다 남녀 1명씩은 의무적 참여가 되도록 하였다.

농청에는 좌상, 행수, 들임사, 방목감독, 보감독, 숫총각 등의 소임자가 있는데 이소임은 민주적 방식으로 선출하여 운영하였다. 좌상은 농청의 고문역으로 마을에서 가장 신망받는 어른이 맡고, 행수는 농청의 대표자이며, 들임사는 들의 모든 일을 농청원에 알리는 역할자이고 영각을 불어 농사일의 시작과 끝, 그리고 시각을 알리는 영각수일을 겸한다. 숫총각은 공동작업을 통솔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으며 마을에서 가장 유능한 농사꾼으로 대개 나이 들도록 장가를 못간 총각이 맡는다. 방목감독은 가축의 방목을 감시, 감독할 뿐만 아니라 가축이 남의 집 농작물에 피해를 주었을 때는 손해배상을 조정 판결하는 일을 맡고, 보감독은 보의 보수및 농업용수의 분배에 관한 일을 맡는다.

농청의 규율은 매우 엄격하여 이들 소임자들의 지시에 불복할 수 없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져 왔고, 만약 농청원이 규율을 지키지 아니할 시는 곤장으로 다스리거나 심할 경우는 마을에서 추방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관원이라 하더라도 이곳 농청을 지날 때는 하마하여 수고한다는 인사를 해야 했고 관원이 무례를 범해 봉변을 당해도 관가에서 농청을 벌하는 예가 거의 없을 정도로 농청의 권위를 인정해 주었다.


 
웅상장원농청놀이


◇유래

농청원들의 농사 과정을 논농사 중심으로 살펴보면 보리타작과 모심기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고, 아시(초벌)논매기, 두벌논매기 사이 음력 6월 초순에 하루 휴일을 정하여 나다리먹기(타 지방의 세사연과 유사한 행사)를 행한다. 이날은 당산을 깨끗이 청소하고 농청원들이 모두 모여 생장기 의례인 농신제를 먼저 올린 뒤 좌상이 회의를 진행하여 행수, 들임사, 방목감독 등의 농청간부를 선출하고 농청원들의 논매기 공동작업 순서, 가축의 방목방법등을 결정한다. 특히 16~17세에 이르는 청소년 중에서 평소에 들돌 들기와 농사일에 어느 정도 익숙한 자를 골라 새 품앗이꾼으로 인정하는 주먹돋움을 한다. 이것은 농청원의 입문례로서 비로소 온전한 장정으로 인정받은 자는 술 한 동이와 안주를 마련하여 농청원들한테 대접하는 예를 갖춘다. 이때에 타지에 이사를 온 사람들도 술과 안주를 내어 농청 가입을 허락 받는다.

농청에서는 원래 모심기, 논매기, 길쌈 등 여러 사람의 손이 모여서 일을 하면 고능률적인 일을 골라 혐업작업을 하던 것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대부분 품앗이로 일을 하게 되었고, 망시 논매기만 농청에서 협동사업으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망시논매기를 보면 그 농가에 농사의 풍흉작을 가늠하게 되는데 이때 일부로 농사가 잘된 대농의 논을 맨뒤로 미루었다가 망시논매기를 한다. 망시논매기를 마치고 나서 장원농가로 선정하고 그 집의 상머슴을 소 또는 목말에 태우고 영각을 불며 풍물을 치면서 주인집으로 간다. 주인은 술과 안주로 농꾼들에게 대접을 하는데 온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한해 농사일의 힘겨움을 풀고 풍년을 구가하는 놀이를 며칠 연이어 행하며 벼의 성장기 의례를 마친다. 이 놀이를 농사장원놀이라 한다.

이러한 농청의 공동작업과 의례는 산업기술 발달에 따른 영농기계화, 제초제 사용의 일반화 등으로 점차 사라졌으며 농청 조직은 보의 공동관리, 농업용수의 배분 등의 기능을 위해 60년대 초반까지 유지되어 오다 새마을운동으로 완전히 없어지고 근대적 마을 기능 조직형태로 흡수 통합되었다. 예로부터 동민 단합심이 강하고 전형적인 농가마을 형태를 유지해 온 이 웅상 명동마을에서는 비교적 타지역에 비해 근년에까지 농청이 존속되어 왔고 남자들의 농업노동요뿐만 아니라 미기농요 전승이 잘 되고 있다.

최근에 이 지역이 공장용지, 택지용지 조성으로 급속히 도시화 되면서 노인들이 일손을 놓고 마을 경로당에 모여 농요를 부르고 옛 일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를 다시 한번 즐기며 후대에 남기고자하는 뜻이 모아져 60~80대 노인들이 주축이 되어 농청원의 공동작업과 농경의례를 놀이화하여 웅상농청장원놀이라 이름을 지었다.



 
웅상장원농청놀이
웅상장원농청놀이


◇작품 내용

웅상농청장원놀이는 명동마을에서 논 농사시에 행하던 공동작업과 농경의례를 되도록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내는 방식으로 놀이화 하였다.

첫번째 마당은 남정네들이 모를 심을 논에서 거둬들인 보리를 타작하는 도리깨질을 하면서 보리타작소리를 선·후창으로 부르고 그와 동시에 마을 아낙네들은 구성지게 모찌는 소리를 하면서 모를 찌고 이어서 교환창으로 모심기 소리를 부르면서 줄모를 심는다. 그러는 사이 남정네들은 타작한 보리를 소로 옮기도 하고 써레질도 한다.

두번째 마당은 당산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다리 먹기를 하는데 이때 제물을 차리고 농청의 임원들이 당산신께 풍년릉 기원하는 농신제를 올리고 좌상을 중심으로 농청회의를 열어 행수, 들임사, 방목감독, 보감독, 숫총각 등 소임을 선출하고 청소년 중에서 품앗이꾼으로 인정하는 주먹돋움을 행하고 외지에서 이사를 들어온 사람들도 신입 농청원으로 가입하는 절차를 거친다. 농청원들은 품앗이꾼 입문자와 신입농청원들이 준비한 술과 안주를 나누어 마시며 흥겹게 논다.

세번째 마당은 소서 후 첫 용날에 각 농가에서 아낙네들이 밀떡(또는 수수떡)으로 논등을 막아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비는 용신제를 올린다.

네번째 마당은 남정네들이 모를 심어 놓은 논으로 가 망사 논매기(마지막세벌논매기)를 하는데 논매기 소리를 선·후창으로 부른다.

다섯번째 마당은 망시 논매기를 마친 농가를 장원농가로 선정하고 그 농가의 상머슴을 소 또는 목말에 태워 주인집 대문 앞으로 가 지신밟기 형태의 대문밟기를 하면 주인은 농청원들을 반갑게 집안으로 안내를 하는데 마당에서 마당밟기와 술귀풀이를 신명나게 하며 마지막으로 칭칭이 풀이로 신명을 푼다.

놀이 구성상 풍물은 입장, 퇴장과 놀이할 때만 올리고 작업시 농요를 부를 때는 반주를 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민요는 정해진 연희시간에 맞추기 위해 앞의 한 두 대목만 부르기로 하였다.



 
웅상장원농청놀이


◇특색

웅상농청장원놀이는 양산 웅상 명동마을 농청에서 일년 중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일을 행하던 농가의 협동작업, 농경의례, 민속놀이 등을 시간대 순으로 구성하여 일관된 하나의 연희를 놀이화한 것으로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농사일의 고단함과 협업의 흥겨움, 의례의 엄숙함과 뒷풀이의 떠들썩함을 거쳐서 장원놀이에서 고된 노동의 결과에 대한 흐뭇함과 기쁨을 신명으로 풀어 비리고 다시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농촌정서가 담겨진 농청의 세시적 구조를 잘 표현하려고 했다.

(2)이 놀이에 참가하는 구성원 모두가 명동마을 주민들로만 구성되고 특히 소시적 직접 농청원이었던 사람과 한평생 농사일을 직접한 60~80대 노인층이 주축이 되어 있어 호흡이 잘 맞고 순수 자체 기획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놀이 진행과정이 자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3)풍물꾼과 품앗이꾼 입문자를 제외하면 이 놀이의 순수 경험자들로만 구성되어져 놀이 과정의 작업, 의례, 놀이 등 모든 행위동작이 실경험자의 몸에 배인 것으로 놀이가 아주 자연스럽고 원형 재현에 충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놀이꾼들은 정리된 장단과 가락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순수한 경상도 매나리조의 민요를 부른다. 특히 ‘오하 저리여’라고 뒷소리를 받는 ‘저리여 소리’는 타지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 지역의 특정적인 논매기 소리라 할 수 있다.

(5)농청에서 행하던 일을 민속놀이화하여 연희를 하지만 놀이꾼들이 가시적이고 규격화된 무용적 동작을 수용할 수 없는 고령층이어서 모든 동작이 오히려 우리나라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이루어진 농사꾼들의 언행과 동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6)놀이에 필요한 소품들은 거의가 놀이에 참가한 놀이꾼이 자기 집에서 직접 쓰던 것을 가지고 나오거나 손수 만들어 나온 것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자료·사진 제공=웅상농청장원놀이보존회, 양산/손인준기자

 
웅상장원농청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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