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명석면 가뫼골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명석면 가뫼골
  • 경남일보
  • 승인 2015.10.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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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빚고 땀으로 얻어낸 체험의 열매들
◇농촌체험휴양마을의 메카, 가뫼골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옛날에는 시어머니로부터 갖은 구박을 받아온 며느리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상하 수직으로 형성된 가족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며느리들은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했을까? 여러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 중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들일과 집안일을 허리 휘게 함으로써 쌓인 스트레스를 땀으로 씻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밭일이든 논일이든 자연과 더불어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세상의 궂은일들을 모두 잊을 수가 있고, 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 흘린 땀과 함께 마음속에 담아둔 아픔이나 스트레스를 몸 밖으로 퍼다 버릴 수도 있었다. 마치 오랜 세월 마음속에 쌓아둔 상처들이 눈물을 흘리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른다.

힘든 농사를 노동과 재미, 그리고 지혜가 어우러진 농촌체험활동으로 진화시켜 체험자로 하여금 농사의 소중함과 땀 흘리며 일한 보람을 깨닫게 하고, 더불어 일을 하는 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아픔마저 싹 비워내 주는 농촌 힐링 체험의 공간인 진주시 명석면 가뫼골 농촌휴양마을로 아홉 번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을 떠났다.

 
▲ 광제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가뫼골 모습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휴양시설

가뫼골 농촌체험휴양마을(대표 류재하)은 진주에서 10여 분만 가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명석면 덕곡에 있는 가뫼골은 우선 시설과 체험프로그램부터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황토한옥 숙박시설인 광제정은 찜질방과 남녀 샤워실, 그리고 취사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이용객들이 편안하게 팜스테이를 할 수 있도록 한옥과 양옥의 조화로움을 잘 이룬 친환경적인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으며, 편안한 고객 쉼터인 류진정은 시골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맛보면서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힘든 농촌체험활동 중에서도 고품격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만들기체험장·동창회·곤충체험장 등의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웰컴센터가 있고, 각종 세미나나 워크숍을 할 수 있는 현장실습교육장과 치즈체험·두부체험·염색체험·곶감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현장체험장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단감농장 3만평·매실농장 9천평·자두농장 2천평·곰취와 봄나물 농장 등 4만5천여 평의 농장을 운영하면서 단감·매실·자두·밤·보리수·고구마·오디 등의 농산물 수확체험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규모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 감물을 들인 비단에 물을 뿌리고 있는 류재하 대표


◇노력과 땀 뒤에 피어난 환희와 힐링

가뫼골의 늦가을은 골짜기 모두가 겨울철 별미인 곶감을 만들기 위한 손길로 분주하다. 광제산 기슭 깊은 산골에 자리잡은 가뫼골 대봉곶감은 가뫼골에서 나는 대봉감을 깎아서 일교차가 크고 골바람이 많은 지리적 조건에서 자연 건조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곶감에 비해 영양이 좋고 당도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험활동에 참가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 중,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곶감 만들기다. 잘 익은 대봉감을 처음엔 과도로 깎아 보는 체험을 하는데, 과일을 깎아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비뚤비뚤 서툰 솜씨로 깎기 시작하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아주 재미있어 한다. 그리고 과도로 깎는 체험이 끝나면 곶감 깎는 기계에 대봉감을 물리는 작업을 하게 한다. 이 작업을 처음 하는 학생과 일반인들은 잘못 물려서 감 모양을 엉망으로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모양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하지만 이 또한 체험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렇게 깎은 대봉감을 2개월 정도 자연 건조하고 나면 맛 좋고 영양 만점인 안심마루 대봉곶감으로 탄생된다.

 

▲ 대봉감을 깎아서 건조대에 매달고 있는 모습


그리고 광목과 비단 염색 또한 색다른 체험이다. 우리 체험자들은 열두 필 비단에다 감물을 들여놓은 옷감을 햇볕에 건조하는 과정을 직접 보는 행운을 얻었다. 탄닌 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할 시기인 한여름에 대봉감을 따서 감물을 짜내어 만든 고품질의 명품감물을 가지고서 염색을 한다. 염색은 한번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물을 들인 비단(이불용)이나 인견(옷감용)을 12일 동안 햇볕에 말리되, 하루에 한 번씩 적절한 양의 물을 뿜어준다. 이렇게 물 먹은 비단은 옅은 색깔의 감물에서 짙은 색깔의 감무늬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와 더불어 인조의 색깔이 아닌 자연의 색깔이 주는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친환경 소재로 건축한 광제정에서 하룻밤 팜스테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힐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창생, 동호회 회원, 직장 동료, 아니면 가족끼리 모여 장작불로 황토찜질방을 덥혀놓고 온몸에 배어나는 땀 냄새를 맡으며 밤 새워 담소를 나누는 것도 멋진 힐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가뫼골 뒷산인 광제산 산행도 명품 힐링이다. 천천히 걸어서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한데, 피톤치드의 보고라고 하는 토종소나무들이 탐방객들의 발품을 개운하게 해준다. 정상에서 이뿐 자태로 우리를 맞이해 주는 봉수대와 시계가 확 트인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 천하를 얻은 듯한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다.
 

▲ 친환경 소재로 건축한 광제정, 팜스테이 숙소


이처럼, 곶감만들기 체험을 할 때 서툴지만 온 정성을 다해 체험활동을 하다보면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면서 스스로 하나의 일을 완수해냈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희열을 갖게 되며, 그로 인해 삶의 자신감도 동시에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물 염색 체험을 통해 하루하루 색깔이 변해가는 자연의 이치와 함께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 ‘빨리’와 ‘편리’가 판을 치는 세상에 느리고 불편하지만 스스로 어떤 일을 완수하고, 오랜 시간 참고 견디는 기다림을 통해 아름다운 성과를 이루어내는 체험을 몸소 겪어보는 것도 각박한 세상을 인간다운 모습으로 건너게 하는 참된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체험할 때의 땀과 정성이 마음속에 자리한 아픔들을 씻어내는데 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체험과 힐링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는 가뫼골 사람들의 꿈과 열정, 그것을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길이 나에겐 힐링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 광제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박종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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