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19)함안농요
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19)함안농요
  • 여선동 기자
  • 승인 2015.10.2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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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는 농사일, 메나리 한곡조로 시름 푼다
 
거북줄땡기기-함안농요


함안농요에서는 故 이규석 선생의 제보와 세밀한 고증을 받아 일체의 각색이 없는 원형 그대로의 함안 거북줄땡기기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으며, 또한 이 독특하고 소중한 민속놀이가 함안농요 연희의 과정 속에서 후대로 영원히 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함안농요, 함안 거북줄땡기기 전수 및 고증자는 故 이규석(1937~2015) 선생이며, 함안 거북줄땡기기 전승자인 안현영씨를 중심으로 연희되고 있다.


◇ 유래

함안농요(咸安農謠)의 역사는 일소리(農謠)의 속성상 함안군(咸安郡)의 유구한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함안군은 아라가야국(國)의 옛 도읍지(古都)로서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낙동강의 본류와 남강이 합류하는 지역이라 홍수가 잦았으나, 전국 최장(338Km)의 둑방이 축조된 이후 수원이 풍부한 드넓고 비옥한 평야지대로 변모함에 따라 ‘함안농요(咸安農謠)’의 바탕이 되는 일소리(農謠)들도 더욱 발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자연환경적 조건을 바탕으로 면면히 구전되어 오던 일소리들이 198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채록되어 문헌화되면서 함안지역 농요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서서히 정립되어 왔다. 이후 함안 농경문화의 맥을 지속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아라가야풍물연구회(現 함안농요보존회) 이태호 예술감독과 전체 회원들이 2000년경부터 함안지역에 산재한 농요의 수집과 채록을 위한 ‘동계 함안농요 순회 채록회’ 등의 활동에 적극 나섬과 함께 함안지역 일소리 관련 문헌과 음원 등 광범위한 자료들을 발굴 정리하는 작업을 열성으로 추진하면서 함안지역의 농요가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원형을 벗어난 무리한 각색으로 인해 오히려 명맥이 끊어져가던 함안지역 고유의 독특한 놀이인 ‘함안 거북줄땡기기’를 故 이규석(前 함안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선생의 고증 하에 ‘일체의 각색이 없는 원래의 원형 그대로’ 전수받아 함안농요 속에서 전승되도록 토대를 마련한 결과 2007년 4월 이태호씨의 작품 집필과 연출을 통해 ‘노동과 놀이가 조화되는 악가무극(樂歌舞劇) 형식’의 함안농요(咸安農謠) 12마당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길놀이-함안농요

◇ 작품내용

함안농요는 (1)입장 (2)보리타작소리 (3)모찌기소리 (4)모심기소리 (5)논두렁밟기 (6)아시논매기 상사소리 (7)두논매기 상사소리 (8)새참 (9)만논매기 상사소리 (10)백중마당(용신제, 함안 거북줄땡기기) (11)대동놀이 (12)퇴장으로 이어지는 12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리타작소리 마당

경남지역의 보리타작소리는 뒷소리의 노래말에 따라 크게 ‘에화’소리와 ‘옹헤야(오헤야, 호헤야)’소리로 나눌 수 있는데, 함안지역 보리타작소리는 ‘호헤야’와 ‘에화’소리가 타작의 진행 순서에 따라 교대로 반복되는 매우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리의 기능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타작판에 재워진 뻣뻣한 보리를 몽그릴 때는 약간 느슨한 빠르기의 ‘호헤야’ 소리가, 보리를 넘기고 힘차게 두드릴 때는 빠르고 힘찬 ‘에화’소리가 쓰이는데, 이렇게 세분화 되어 교대로 반복되는 것이 함안 보리타작소리만의 아주 독특한 특징인 것이다.

함안농요 보리타작소리는 메나리토리의 가장 일반적인 선법인 ‘미 솔 라 도 레(mi sol la do re)’ 음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느린 3분박 2박자로 진행되는 ‘호헤야’ 소리와 빠른 3분박 2박자로 진행되는 ‘에화’소리가 교대로 반복되며, 빠르게 불러나가기 때문에 매우 힘찬 느낌을 준다.

보리타작 방식은 대개 산간지역과 평야지역 간에 차이가 있다. 산간지역의 경우 너른 마당으로 보리를 옮긴 후 둥글게 보릿단을 모아서 타작을 하며, 함안군과 같이 들이 넓어 논보리를 많이 재배하는 평야지역에서는 논바닥을 다져 보리타작 마당을 만든 후 보릿단을 비스듬히 줄지어 세운 사각형의 타작마당에서 일꾼들이 일렬로 앞으로 나아가며 도리깨질을 하는 함안농요와 같은 타작 방식이 주를 이룬다.

함안농요 보리타작소리 전수 및 고증자는 故 김종술(1929~2008), 안병지(1926~ )선생이시며, 현재 보리타작소리 가창은 이태호씨가 선창자이며, 소리 전승자 이창근, 최선규, 안현영씨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후렴을 받고 있다.



 
논메기-함안농요

△모찌기소리 마당

함안지역의 모찌기소리는 경상도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지역 어디에서도 전혀 들어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소리이다. 선율은 ‘미 솔 라 도( mi sol la do)’의 음계를 넘나드는 메나리토리 선법이며, 앞부분은 굿거리장단으로 부르고, 뒷부분의 ‘조리자~’ 구절은 느린 자진모리장단으로 바뀌며, 독특한 메나리 창법으로 가창하기에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가사는 모찌기 시작과 들어내기, 에와내기, 조리기 등 일의 진행 순서에 따라 박자의 빠르기를 달리하며, 지시적 가사를 반복적으로 가창하게 된다.

△모심기소리 마당

(1)모심기소리-경남지방에서는 모심기소리를 일반적으로 ‘정자’ 혹은 ‘정자소리’라 칭한다. 함안농요의 모심기소리는 교환창 방식으로 불리어지는 경남지역 정자소리의 일반적 양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함안지역 내에서 조차도 선율이 조금씩 다를 정도로 다양성이 있으며, 따라서 창법도 미묘한 차이들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침소리, 점심소리, 오후소리로 나뉘어지며, 선율은 ‘미 솔 라 도 레(mi sol la do re)’의 메나리토리 선법으로, 느리게 불러 나가 구성지고 슬픈 느낌을 준다.

(2)점심소리(짧은소리)-점심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빠르게 부르는 소리이며, 허기진 농부들의 점심을 기다리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함안지역 점심소리의 특징은 메기는 소리에서 ‘뭐한다꼬 더디노?’라며 그 연유를 묻는 가사가 덧붙여져 불리어지는 것이 독특한 점이다. ‘미 라 도 레(mi la do re)’의 메나리토리 선율이며 자진모리장단으로 노래한다.

(3)해질녘 짜투리 논 심는 소리(날소리)-해질녘에 모심기를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부르는 소리이다. 경쾌한 자진모리장단의 노래로 ‘미 라 도 레(mi la do re)’의 메나리토리 선법 소리인데 간혹 새참을 기다리며 부르기도 한다.

함안농요 모찌기소리와 모심기소리 전수 및 고증자는 故 김종술(1929~2008), 홍복남(1937~ ), 서숙자(1932~2015) 선생이시며, 현재 선창자는 제52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모심기소리로 개인부문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홍복남 선생이며, 후창자은 서숙자(1932~2015) 선생이 맡았으나 2015년 9월 노환으로 별세하신 후 모심기소리 전승자인 표명순, 정덕자씨를 중심으로 회원 전체가 후창을 받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함안농요를 위해 헌신하신 故 서숙자 선생께 감사를 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모심기-함안농요


△논매기 상사소리 마당

함안지역에서 논매기소리는 받는 후렴구의 ‘상사디여’ 후렴에 빗대어 ‘상사소리’라고 한다. 함안농요의 상사소리는 모두 메나리토리 선율인데, 대표적인 메나리토리 선법인 ‘미 솔 라 시 도 레(mi sol la si do re)’ 음계로 구성되어 있다. 논매기상사소리는 한 가지 소리를 세 번의 논매기에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함안농요에서는 함안지역의 독특한 상사소리들을 최대한 보존, 전승하기 위하여 각기 다른 3가지의 상사소리를 아시논매기, 두벌논매기, 세벌논매기에 각각 나누어 가창하고 있다.

논매기는 아시(초벌)논매기, 두(두벌)논매기, 만(세벌)논매기로 대략 나누어진다. 아시논매기는 모심기를 마친 후 약 20일 정도 지난 시기에 하는 논매기이며, ‘아시’라는 단어는 한자로 ‘兒時’로 표현되며 ‘애초(初)’의 경상도 방언이다. 두벌논매기는 아시논매기 후 약 2주 정도 지나서 한다. 만(세벌)논매기는 두벌논매기 후 약 2주 정도 지난 7월 염천 무더위 속에서 하게 되는 가장 힘들고 고된 논매기이다. 왕성히 자란 모나 잡풀이 논매는 사람의 팔이나 얼굴에 상처를 내기도 하므로 팔에 토시를 끼고, 무더위와 쇠파리들을 피하기 위해 우장(도롱이)과 삿갓을 착용하고, 애기머슴이 뒤를 따르며 해충들을 쫓아주는 속에서 논매기를 하게 된다.

함안농요 논매기상사소리 전수 및 고증은 故 김종술(1929~2008, 아시논매기, 두벌논매기소리 전수 및 고증), 안병지(1926~, 세벌논매기소리 전수 및 고증)선생이시며, 현재 함안농요 논매기소리 가창은 아시, 두벌, 세벌소리 모두 전승자 이태호씨가 선창을 하며 후렴은 이창근, 최선규, 안현영씨를 비롯하여 전체 회원들이 맡고 있다.


 
보리타작1-함안농요

△백중마당-용신제, 함안 거북줄땡기기

음력 7월 15일 백중(白中)날을 일컬어 속칭 ‘농부들의 최대명절’이라 하며, 함안지역에서는 백중날 농부들이 논두렁이나 당집에서 우순풍조(雨順風調)와 풍농(豊農)을 기원하는 용신제(龍神祭)를 지내는 풍습이 전해왔으며, 제를 지낸 후 백중놀이 장소로 이동하여 ‘거북줄땡기기’ 등의 놀이를 하며 놀았다.

함안 거북줄땡기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함안지역에만 전승되어온 고유의 민속놀이로써, 남강과 낙동강을 끼고 늪지(총55개 늪)가 많이 있는 군북면(郡北面), 법수면(法守面), 대산면(代山面) 일대에서 성행한 놀이로 알려져 있다.

이 놀이의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유독 함안지역에서만 성행했던 이유로는 이 지역에 많이 분포한 늪지에 거북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던 점에서 거북의 생태를 묘사한 놀이로 추측할 수 있으며, 또한 아라가야국의 도읍지로 가야국과 관련한 구지가(龜旨歌)와 같은 거북관련 설화 및 역사, 거북에 대한 이 지역 선조들의 독특한 인식과 연관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함안지역에서는 거북(龜)을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의 의미로 보는 독특한 인식이 있다. 이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수록되어 있는 ‘구지가(龜旨歌)’와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에 있는 ‘해가사(海歌詞)’에서 거북이 고대 우리 민족에게 수신(水神)이나 주술매체 동물로서 인식되었던 사상이 이어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백중날 용신제를 지낸 후 이루어지는 함안 거북줄땡기기는 단순한 놀이의 개념만이 아니라, 농촌(農村)사회의 필수적 요소인 농제(農祭)의 연장이자 ‘제의적 의식(祭儀的 儀式)’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함안 거북줄땡기기는 2인 이상의 인원이면 놀이가 이루어지며, 두 사람이 줄을 양쪽 길이 약 20미터 정도 둥글게 매듭을 지어 서로의 목에 걸고, 다리 사이로 줄을 빼내어 엎드린 자세에서 반대 방향으로 서로 당기는데, 중앙에 있는 선보다 자기 쪽으로 더 당긴 사람이 이긴다.
자료·사진=함안농요보존회, 함안/여선동기자

 
새참꾼-함안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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