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代身) 해 주는 사람
대신(代身) 해 주는 사람
  • 경남일보
  • 승인 2015.10.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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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아동문학가)
조평규
세상에는 어렵고 힘든 남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있다. 다른 나라의 풍습이긴 하지만, 초상난 집에 가서 상주를 대신하여 울어 주는 사람. 얼마나 슬프고 서럽게 울었는가,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가, 그 울음소리, 우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는가. 그 정도에 따라서 수고비(보수)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보수부터 결정하고, 돈의 액수에 따라서 우는 시간, 눈물의 양이 결정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즉 “십만 원어치 울어 주세요.”, 부잣집에서는 “100만 원 어치 울어 주세요.” 하는 식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하여 상주 대신 울어 주는 사람이다.

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자식(아들)이 성불구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지나가는 청년을 납치하여 며느리와 합방을 시키고, 논 서너 마지기 마련해 주면서 먼 곳으로 떠나게 했던 일. 그 일을 치른 청년은 그 여인(며느리)의 남편 노릇을 대신해 준 사람이었다.

남의 일을 대신해 주는 일은 그 밖에도 참으로 많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석녀(石女)를 대신하여 남의 아기를 낳아 주는 씨받이(대리모), 환자의 가족을 대신하여 간병해 주는 간병인 등등.

남의 일을 대신해 주는 일이 어디 그뿐인가. 옛날 얘기에 이따금 등장하는 ‘매품팔이’. 가난한 사람이 죄지은 부잣집 사람을 대신하여 곤장(매)을 맞아주고 돈을 받았다는 슬픈 얘기도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얘기하려는 것은, 위에 열거해 놓은 사례하고는 거리가 멀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병치레를 자주하여 수술대에 침대처럼 누워야 하고, 살이 빠진 팔에는 온갖 링거 줄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애처로운 모습을 볼 때, 주사를 너무 자주 맞아 혈관이 숨어서, 주사 놓기도 쉽지 않다는 간호사의 얘기를 들었을 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대신해 주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강습소는 어디에 있을까?
조평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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