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이면 금상첨화다
흙길이면 금상첨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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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한철수
만추의 계절이다.

휴일이면 너도나도 산으로 들로 형형색색 등산복의 물결이다. 휴일 나들이 문화가 어느새 생활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자치단체마다 마치 경쟁이나 하듯 잘 꾸며진 둘레길 하나쯤은 갖춰 놓고 탐방객이 찾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헉헉대고 올랐던 험로인 등산로도 이제는 철사다리와 난간으로 다듬어져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고 난간과 사다리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자치단체의 역할이 됐다. 그렇게 해놓지 않으면 자치단체가 욕을 먹는 실상이다.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포장(?)에 나서는 바람에 자재도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멋을 추구하다 보니 친환경 자재는 이제 옛말이 됐다. 견고성과 미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점점 자연미는 찾을 수 없게 됐다. 편의성만을 고려한다면 언젠가는 흙길은 사라지고 등산로 전 구간을 목재테크길로 조성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등산로의 경우 구간이 길다보니 그나마 흙을 밟을 수 있어 다행이다. 특정구간만 인공미를 가미한 탓이다. 그러나 도시 주변의 산허리를 도는 둘레길의 경우에는 이제 잘 정비된 흙길은 찾아볼 수 없다.

집에서부터 둘레길을 걷고 집으로 돌아오는 행적에서 흙을 밟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세상이다. 인공미가 물씬하다. 아파트를 나서면 보도블록을 밟고 아스팔트와 시멘트 포장도로를 지나 둘레길로 접어들면 고무탄성 소재로 포장돼 있다보니 흙 밟을 일이 없게 됐다.

강변도로의 경우도 인공미에는 뒤처지지 않는다. 자전거길이라는 미명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해 흙길이 사라졌다. 낙동강변 자전거길이 그러하다.

물론 관리의 편의성이 작용한 탓이겠지만 강변 둔치까지 과도하게 인공미를 가미한 것에는 마음이 씁쓸해진다. ‘잘 꾸며 놓았구나’ 하는 탄성보다는 아까운 예산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잘 다듬어진 강변길은 갈대와 함께 한폭의 그림이다. 달 밝은 밤이면 강물과 달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속삭임이 함께 어우러져 누구나 하염없이 걷고 싶은 길이 된다.

깊어가는 가을, 야간 산책에는 강변길이 딱이다. 흙길이면 금상첨화다.
 
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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