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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30>거창 건흥산영웅호걸 옛 이야기 전해 내려오는 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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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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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면 황금들녘


거창권역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20여개나 된다. 오도산 비계산 우두산 수도산 흰대미산 남덕유산 월봉산 금원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산이 즐비하다.

낮은 산이라도 거창군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건흥산(572m)이다. 군소재지에서 그리 멀지 않을 뿐 아니라 험하지 않아 시민들의 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건흥산은 초입에는 힘이 들지만 정상에서 취우령(아홉산)까지 가는 길은 편안하고 고즈넉해 누구나 즐거운 산행을 할수 있다. 특히 거열산성을 따라 걷다보면 물들어가는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건계정 주변 산의 하부를 돌아볼 수 있는 나들이 길은 위천과 어울려 시민들에게 최상의 힐링장소를 제공한다.

건계정은 조선시대 누정. 위천 언덕배기에서 거열산성으로 기어오르는 거북형상의 구배석에 아름다운 정자가 절묘하게 앉아 있다. 그 앞 위천에는 맑고 푸른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돌∼돌 흘러간다.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입으로 개경까지 밀리는 누란의 위기가 닥치자 거창장씨의 히어로 장두민이 나서 적을 물리쳤다. 이에 공민왕은 그의 공을 치하하고 벼슬을 내렸다. 훗날 후손들이 그의 뜻을 잇기 위해 이 누각을 지은 것이다.

산 중에는 백제의 부흥을 위해 신라와 전투를 벌인 거열산성이 위치해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선인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등산로 건계정교 앞 주차장→물레방아→건계정 옆 갈림길→체육시설 갈림길→거열산성→건흥산→능선길→계동갈림길→지내갈림길→죽동갈림길→취우령(아홉산)하산→죽림정사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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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 물레방아


▲오전 9시 20분, 거창읍 상림 건계정교 앞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다리 건너 왼쪽 나들이길을 따르면 물레방아 도는 풍경이 나온다.

이 일대에 물레방아 도는 내력은 연암 박지원(1737~1805년)에서 비롯됐다. 그는 불혹을 갓 넘은 시기에 청에 다녀와 열하일기를 기술했다. 수년 뒤 안의현감에 (1792~1796)재직하면서 일기에 의거 물레방아를 제작했다. 최근에는 원조 격인 (돌)확이 발견돼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형 물레방아는 산객의 심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잘도 돌아간다. 낙엽 가을 세월을 떠올리게 하는 이 풍경은 이른바 ‘이발소 그림’처럼 아득한 옛 고향의 정취를 자아낸다.

곧이어 건계정, 예부터 시인 묵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거창을 소재로 하는 글이나 문학소재의 대상에서 으뜸이 됐던 곳이다.

산으로 올라 오전 10시께, 넓은 공터에는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현대식 운동기구가 갖추어져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은 돌아가고 등산하는 사람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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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열산성


10여분 후 거열산성(경남기념물 제22호)옆으로 난 길을 따라 성돌을 만져보며 걸을 수 있다. 맨발로 성곽 위를 걸어 내려오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더니 안내해 주었다. 오랜 세월에도 화강암의 석질은 여전히 깨끗하다. 하지만 성곽 위를 걷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성은 신라에 패망한 백제의 충신과 열사 의용군들이 나라를 재건하려는 목적으로 덕유산 건흥산 일대에 쌓은 성 중의 하나이다. 그런 만큼 건흥산 9부능선 산세를 따라 성곽이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축조했다.

성을 중심으로 3년간 백제 부흥운동이 전개됐으나 663년(문무왕 3) 신라의 김흠순(金欽純)과 천존(天存)이 백제군 700명을 베었다.

현재 건물의 유적으로 보이는 축대와 우물터, 옛 도로가 남아 있고, 망루를 세운 흔적도 있다. 길이 약 1.7km, 높은 성벽은 8m에 달한다.

성이 끝나는 지점 갈림길에서 왼쪽 길은 장백마을 하산 길, 오른쪽 산으로 200m 더 오르면 건흥산 정상이다.

오전 10시 36분, 정상 조망은 거창 마리삼거리를 중심으로 황금 들녘과 보랏빛 산이다.

동쪽 3번국도 옆 마리면의 위천을 따라 발달한 들녘 뒤로 야트막한 산들이 몇겹 이어지다 황석산과 기백산 금원산 현성산이 성벽처럼 불끈 솟아 있다. 남쪽 거창읍 시가지는 단풍이 들어가는 숲의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인다.

정상을 떠나면 취우령 방향 아홉구비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오전 11시 37분, 등산로 주변에 쇠파이프와 철조망이 흩어져 있다. 산주가 송이나 산나물 등 임산물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칠 요량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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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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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만령단 처방을 내려준 스님을 기리는 산신각


한양조씨 무덤 옆을 따라 정오께 취우령(795m·아홉산)에 도착한다.

아홉산은 아홉봉우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 구곡산을 아홉산으로 부르는 곳도 있으나, 참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인공림과 자연림이 조성된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이 유명하다.

거창 아홉산도 같은 의미다. 산을 내려와 건흥산에서 취우령까지 어울렁 더울렁 이어진 봉우리를 세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오후 1시, 어느새 추워진 날씨, 취우령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휴식하고 하산길을 잡았다. 한 무더기 억새 숲을 지날 때 인기척에 놀란 산꿩이 ‘푸드득’ 짙푸른 하늘로 솟구친다.

가파른 하산 길,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행 길로 낙엽까지 깔려 있어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다.

산을 다 내려왔을 때 쯤 산신각이 눈길을 끈다. 아담한 산신각은 거창 만령단의 본포인 해동약품 공업(주) 대표인 신원재씨의 5대조 신병권씨의 사연 때문에 건립한 것이다.

병권씨의 사연은 이렇다. 200여년 전 어느 날 강원도에서 눈병을 앓고 있던 스님 한분이 거창에서 한방을 경영하던 병권을 찾아왔다. 범상치 않은 스님을 맞아들인 병권은 1년 8개월동안 동거숙하며 정성으로 약을 먹이고 치료해 스님의 눈병을 낳게 했다. 완치된 스님이 강원도 절로 돌아가게 됐는데 이때 보답으로 병권에게 광제창생(廣濟蒼生)을 당부하며 ‘만령단’ 처방을 일러주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은 병권이 다음에 스님 뵙기를 간청하자 ‘훗날 아홉골산으로 오라’하고 사라졌다. 병권은 만령단으로 가세를 세운 뒤 아홉골산 스님을 찾았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할수 없이 아홉골산 일대를 매입, 산신각을 세워 스님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냈고 자손들도 5대째 제를 올리고 있다는 사연이다.

거창 만령단은 강원도 스님의 눈병을 치료한 거창의 병권에 대한 보답으로 탄생한 약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거창 만령단’은 ‘뉴렉스’라는 이름으로 대구의 한 제약회사가 제조하고 있다. 회사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거창에서 만령단을 제조했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으나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했다. 그는 거창 만령단이라고 하지만 만령단은 우황청심환처럼 고유명사가 됐다고 귀뜸했다.

오후 2시, 산신각을 벗어나 단풍빛처럼 익어가는 거창 사과밭 사이를 통과하면 죽림정사에 닿는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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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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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취우령부근 가을풍경

 

명산플러스 <130>거창 건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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