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하굣길'은 즐거워
◈말숲산책-'하굣길'은 즐거워
  • 허훈
  • 승인 2015.11.0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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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하굣길'은 즐거워


‘등굣길’과 ‘하굣길’, 어느 길이 더 즐거울까. 당연히 하굣길이다. 학교로 가는 길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학생들의 표정이 더 밝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교 때 중고생들은 어깨에 멘 무거운 가방이 한결 가벼워 보이고, 초등학생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재잘대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등교하기에 하교하지만, 그 두 길을 오가는 학생들의 발걸음과 표정은 상반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등굣길’과 ‘하굣길’, 낱말의 표기는 둘 다 ‘사이시옷(ㅅ)’을 받치어 적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등굣길, 하굣길’, 얼핏 틀린 글자처럼 보인다. ‘등교’란 낱말에 익숙한 나머지 ‘굣’자가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교’자 아래에 ‘사이시옷’을 받치어 ‘굣’으로 불쑥 솟아 있으니 영락없이 틀려 보인다. ‘등교·하교’에 ‘길’을 합쳐 ‘등교길·하교길’하면 될 것을, 꼭 ‘사이시옷’을 받치어 ‘등굣길·하굣길’로 표기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한글 맞춤법 제30항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에 ‘사이시옷(ㅅ)’을 받치어 적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즉 ‘등교+길’은 한자어 ‘등교(登校)’와 순우리말 ‘길’이 결합하여 뒷말 ‘길’의 첫소리가 〔낄〕과 같이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발음나기 때문에 ‘등굣길’로 표기한다. ‘하굣길’도 마찬가지다. ‘봉투((封套)+값’의 경우도 한자어 ‘봉투’와 순우리말 ‘값’이 결합해 뒷말 ‘값’의 첫소리가 〔깝〕과 같이 된소리로 발음되므로 ‘봉투값’이 아닌 ‘봉툿값’으로 쓴다. 이 밖에 사이시옷을 쓴 단어로 ‘우윳값, 절댓값, 머릿방, 사잣밥, 자릿세, 샛강, 귓병, 탯줄, 텃세, 핏기, 햇수’ 등이 있다.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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