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대학에서 부는 동서 화합의 바람
[아침논단] 대학에서 부는 동서 화합의 바람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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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경남과 전남, 전남과 경남은 얼마나 멀까. 아니면 얼마나 가까울까. ‘영호남 갈등’, ‘영호남 화합’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불식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은 멀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과연 멀기만 할까. 대학에서 불어오는 동서 화합의 바람을 느껴보자.

지난 7월 23일 순천대에서 ‘남해안 남중권 상생발전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진주ㆍ사천ㆍ남해ㆍ하동 등 경남 4개 시군과 여수ㆍ순천ㆍ광양ㆍ고흥ㆍ보성 등 전남 5개 시군 기관단체장들이 많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핵심 공약인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이날 포럼을 경상대와 순천대와 주관한 것은 양 지역의 화합과 발전에 지역대학이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은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의 공동발전을 위한 정책이다. 경상대와 순천대의 협력사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경상대 경남문화연구원과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은 2007년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을 구성하여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문한국 지원사업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한국의 인문학 발전을 위해 수립한 10년 장기사업이다.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은 지리산의 역사ㆍ문학ㆍ지리ㆍ생태 등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올해는 4년간의 3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상대는 지난 7월 20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ㆍ지원하는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단(BRIDGE)’을 출범시켰는데 순천대ㆍ창원대ㆍ인제대가 참여한다. 사업단 이름은 ‘동서 통합 바이오 실용화 사업단’이다. 사업단은 의약품ㆍ식품ㆍ천연물 소재ㆍ의료기기 등 ‘바이오’ 분야를 전략 분야로 특화하여 ‘건강 100세 시대를 구현하는 융복합 바이오 기술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까지 연 최대 10억 원을 지원받는다.

영호남 지역 대학 간에 소통과 화합ㆍ협력의 바람이 솔솔 부는 가운데, 10월 28일 전남 장성군 고산서원에서 열린 호남을 대표하는 학자인 노사 기정진(1798~1879) 선생의 향사에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 총장으로서 초헌관으로 참제하였다. 또한 내년 10월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천재에서 열릴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의 제례에는 전남의 거점국립대인 전남대 지병문 총장의 초헌관 참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과거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영호남 지역 학문 교류의 전통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사 선생은 당대 최고의 학자로서 특히 서부 경남지역에 제자들이 많고, 방대한 ‘노사집’을 산청군 단성면 신안정사에서 간행하여 목판을 보관하였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는 영남, 호남 지역에 관계없이 양 지역 유학자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학문적 교류를 해왔다. 이들은 임진왜란 때 각각 의병을 일으켜 국난극복에 앞장섰으며 우리나라 유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광복 이후 정치적 논리에 따라 발생한 지역감정에 휘둘려 전통 유학 연구에서 학문적 교류가 끊어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남과 전남은 역사적ㆍ지역적으로 매우 가깝다.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에서 보듯이 이해관계가 대립하지 않고, 노사 선생과 남명 선생의 예에서 보듯이 학문적 후손들이 양 지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영호남 지역 대학들이 학문연구와 지역발전을 위한 일에 스스럼없이 손잡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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