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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리포트]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4>사마르 너머 상보첸까지, 여기는 38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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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1  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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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4>사마르 너머 상보첸까지, 여기는 3800미터!


 
   
 



9월 24일 아침 6시. 시계 알람이 울리지 않았건만, 동이 틀 무렵 저절로 눈이 떠진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의식은 또렷하다.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축상의 게스트하우스는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어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설 때, 한 젊은이가 어머니를 보고 한국말로 “할머니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하길래 무척 놀랐다. 이 젊은이는 주인 형제 중에 동생이었는데, 한국에서 3년 넘게 일을 했다고 한다. 더구나 진주에서도 살았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께서 고향 사람을 만났다며 정말 반가워하셨다.

아침 8시 30분,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형제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쩰레’(3050m)를 향해 출발한다. 왼쪽으로 칼리 간다키 강과 거대한 절벽들이 이어진다. 잠시 후 작은 철교가 보이고, 왼쪽 언덕 위로 ‘쩰레’ 마을이 보인다. 철교 옆으로 솟아 있는 거대한 붉은 절벽 중간 쯤에 10여 개의 작은 동굴들이 한일(一)자 모양으로 뚫려 있다. 어퍼 무스탕을 여행하다보면 거대한 절벽 위에 이런 동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오래 전 수행자들이 수행을 하며 머물렀거나 주민들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쩰레’를 지나 2시간쯤 걸어가니 눈앞에 거대한 절벽이 나타나고, 발 밑으로 천길 협곡이 펼쳐진다. 거대한 절벽 옆으로 사람 한 두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 오르락 내리락 이어진다. 일단 절벽 앞 계곡물 옆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런데 천길 협곡의 건너편 언덕 위에 마을이 보이고 마을 언덕까지 연결된 긴 현수교가 보인다.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 쪽에서 건너편 언덕까지 수백m는 되어 보이고, 낭떠러지 바닥까지도 수백m가 넘는 것 같다. 내가 저 마을에 살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내가 저곳에 살았더라면, 현수교 건너는 게 너무 무서워 마을 안에서만 갇혀서 지냈을 것 같다. 그래도 천길 협곡을 보고 나니 갑자기 우리가 지나갈 절벽길이 국도처럼 꽤 넓어보인다.

 
   
 
   
 

하지만 길이 위험해 어머니도 말에서 내린다. 가이드인 푸르바가 어머니 손을 잡고 앞장 선다. 1시간쯤 걸으니 위험한 절벽은 끝이 났지만, 힘든 오르막 길이 계속 이어진다. 드디어 오르막길이 끝나고, 형형색색의 룽다가 바람에 휘날리며 우리를 맞이한다. 바로 사마르 마을로 가기 전 가장 높은 고개인 ‘다조리 라’(3735m)다. 고도가 3700m를 넘어섰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씩씩하시다. 고개 정상에 도착한 어머니께서 히말라야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오후 3시 무렵, 오늘의 목적지인 ‘사마르’(3660m) 마을에 들어선다. 오늘은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쌀밥을 준비한다. 그리고 즉석 북어국에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양배추 쌈과 김을 함께 올린다. 어찌 생각하면 어머니에게 척박한 무스탕은 꽤나 잘 맞는 곳이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먹거리가 옥수수, 감자, 양배추, 고구마인데 무스탕에서 제일 많이 재배하는 작물와 일치한다.

9월 25일 아침 8시. 즉석 죽으로 아침을 떼우고 사마르 마을을 나선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싶은데 애써 올라온 보람도 없이 골짜기를 따라 계속 내리막길이다. 다시 계곡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니 절벽 위로 ‘랑충 동굴 사원’이 보인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동굴 속에 자리잡은 아주 작은 사원이지만, 무스탕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8세기 중반 티베트에 불교를 전한 성자 ‘파드마삼바바’가 머물렀던 곳으로 무려 130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성자와 조우한 셈이다. 어머니를 뒤따라 우리 모두 절을 올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사원을 둘러본다. 사실 이런 때 좋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힘든 트레킹을 하다보면 모든 관광 명소를 다 방문하기는 어렵다. 그런 때 훌륭한 가이드는 어디를 안내해야 하는지 잘 안다. 그런 점에서 무스탕 출신인 ‘치링’은 여행 내내 무스탕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설명해 주었고, 가이드인 ‘푸르바’는 어머니를 잘 보필해 주었다.

사원을 나와 성스러운 에너지로 충만한 채 한참 오르막길을 올라 숨이 턱에 찰 무렵, 드디어 정상을 표시하는 룽다 깃발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발 3860m의 ‘베나 라’ 고개다. 배낭을 내리고 삶은 감자와 계란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다시 기운을 내어 두 시간 가령 걸으니 ‘얌다 라’ 고개에 이른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시계는 이제 겨우 2시를 가리킨다. 모두 멋진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긴다. 다시 한 시간 넘게 걸으니 오늘의 목적지인 ‘상보첸’(3800m)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상보첸은 마을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동네라서 잠시 쉬었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길링’ 마을까지 가서 1박을 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그래도 이런 척박한 무스탕 땅에서 걸어서 반나절 거리마다 히말라야의 계곡물이 모이는 곳이 있어서 이렇게 크고 작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으니, 여행자 입장에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 까그베니 마을에서부터 날짜를 계산하면 이제 5일이 지났을 뿐인데 어머니 얼굴을 보니 햇빛에 타서 벌써 제법 검게 변했다. 어머니! 오늘도 참 수고하셨소!

정형민시민기자



※다음편에는 ‘게미 너머 짜랑까지, 유기농 토마토를 먹다’가 이어집니다.

※바로잡습니다. 2편 <무스탕의 관문 ‘까끄베니’>기사에서 에베레스트 지역 관문인 ‘루프라’를 ‘루클라’로 고칩니다.

축상마을 전경
‘쩰레’(3050m)를 향해 가다보면 거대한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멀리 절벽위로 쩰레 마을이 보인다
 
쩰레마을을 지나 절벽길에서 바라본 풍경
 
닐기리봉을 배경으로
 
랑충 동굴사원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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