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줄에 서고 싶다
오른쪽 줄에 서고 싶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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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어느 군립공원 입구. 단체여행객들이 줄을 선다. 인근 도시의 문화원 노인대학 문화탐방팀이었다. 인솔자가 6학년5반 이상은 왼쪽으로 서고 나머지는 오른쪽 줄로 서라고 한다. 다소 낮선 풍경에 쳐다보았더니 65세 이상 노인들은 입장료가 무료란다. 그런데 왼쪽 줄에 선 분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응당 공짜라니까 즐거워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다. 특히 여자분들의 경우 자신은 젊은데 노인취급하니까 행여 남이 볼세라 빨리 입장했으면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매표소 직원은 일일이 주민등록증을 대조하고 신분증이 없으면 얼굴로 나이를 가늠하느라 정신이 없다.

몇 해 전 67세인 아는 분이 친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곱게 화장하고 정장을 갖춰 입고 무료 통행로를 통해 지하철을 타려는데 공안요원이 가로막고 신분증을 요구한다. 젊은분이 경로통로를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뿔싸, 그분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 통로입구에서 자신의 나이를 해명하느라 곤혹을 치렀다. 차라리 돈을 내고 탈 걸 후회하면서 창피스러워 혼났다고 푸념했다.

요즘 65세의 연령은 법적으로는 노인인데 생활속에서는 노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정작 자신도 노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면서 인생은 60부터라고 했으니 이제 5살이라는 거다. 사랑도 일에 대한 열정도 젊은이 못지 않건만 세월에 등 떠밀려 노인이라고 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애매한 세대가 됐다.

버스나 지하철의 경로석도 마찬가지다. 70대 이하의 어중간한 나이는 앉기도 그렇고 서서 가기도 그렇고 어정쩡한 상태다. 나이보다 젊은 분이 앉자니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서서 가자니 불편하고 이래저래 눈치 보이는 세대다. 하기사 70대 이하는 경로당 가서 심부름하는 군번이라니 말 할 것도 없고 노인대학에 가더라도 영계취급 당한다니 뭐라 하겠는가.

어느덧 매표소 직원의 점검이 끝났는지 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왼쪽 줄에 서서 붉게 물든 가을단풍처럼 얼굴 붉히던 몇몇은 연신 오른쪽 줄을 부러워했다. 입장료를 내는 오른쪽 줄에 서고 싶었던 것이다. 매표소를 통과한 뒤 탄탄하게(?) 걸어가는 젊은 노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노인의 기준은 단지 연령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노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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