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4)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4)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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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2015년 남강문학회에서 만난 문인들(4)
수필가 한영탁은 대한, 조선, 세계일보(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의 외신부 기자와 합동통신 기자로 있었고 합동통신에서 간행한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편집장으로 10년간 근무하면서 틈틈이 외서를 번역하여 살림에 보탰다. 그러니까 한영탁 수필가는 기자이자 번역가로 한 생을 바친 셈이었다.

그동안 나온 번역서는 ‘주은래’, ‘등소평’, ‘나의 사랑 버지니아 울프’, ‘여인과 수인’ 등이 있는데 최근 그는 너새니얼 펄브릭의 ‘바다 한가운데서’를 번역해 출간했다. 저자는 미국의 해양 사학자이며 베스트 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이다.

‘바다 한가운데서’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2백년 전 에식스호라는 미국 포경선이 성난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후 고래잡이 선원들이 겪은 처절한 표류기이다. 이 책의 주제가 된 고래잡이배 에식스호의 조난은 20세기의 신화적 비극인 타이타닉호의 침몰에 버금가는 19세기 의 가장 비극적인 해양참사였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고전작가 허만 멜빌은 에식스호가 몸무게 80톤에 가까운 성난 고래에 떠받쳐 침몰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백경’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경’은 야수같이 무시무시한 고래에 떠받친 포경선 파퀴드호의 침몰과 야성적인 집념의 화신 에이합 선장의 죽음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면서 끝난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서’는 고래잡이배가 난파되어 침몰하고 나서 시작된 선원들의 죽음과 삶이 얽힌 표류를 주제로 삼고 있다. 모선이 가라앉은 뒤 선원 스무명은 세 척의 작은 보트에 나눠 타고 표류하게 되었다. 그들은 처절한 갈증과 굶주림 속에서 거친 풍랑과 폭풍우와 싸우며 장장 94일 동안 무려 7200킬로미터의 대양을 떠다녔다.

그들은 당시 세상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태평양의 망망대해에서 아사 직전의 극한상황에 몰리자 연명하려고 동료들의 인육을 먹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표류자들이 비정한 자연과 인간의 한계와 맞서 절망과 공포와 굶주림과 싸우면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처절한 과정을 냉혹하게 재현해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생명의 가치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역으로 일깨워 주고 있다.

한영탁은 우리말로 옮기면서 저자의 방대한 문헌조사와 철저한 고증에 감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탐사 저널리즘의 백미라 할 만하다. 이번 이 책은 처음 국내 번역이 아니다.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인 2001년에 J출판사의 청탁을 받고 내가 번역해서 출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낯선 D출판사의 청탁을 받고 의아해 했는데 종전의 책이 계약만료가 되었으니 저희 출판사와 재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 좋은 작품은 더 널리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출판사측의 말에 다시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 하고 수락한 것이었다.”

한영탁은 늦깎이 수필가, 곧 후문학파이지만 풍부한 기자 체험과 번역체험을 두루 포괄하는 읽히는 수필을 써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남강문학회 회원 중 유일하게 개천예술제 백일장 참가자 자격으로 활동하는 남강문학회 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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