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만남
소중한 만남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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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
김연동
본란을 통해 노후대책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의 실상을 거울삼아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취미나 전문적인 능력을 계발해 가는 것이 자신의 노후대책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바라보는 희망봉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어느 자리에서 ‘시조 쓰기를 참 잘했다’는 말을 했다. ‘나와 시조와의 만남!’을 나의 인생길에서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해 봤다. 아마도 직장동료였던 다른 친구들처럼 골프나 등산을 한다든지 스포츠 센터에 번질나게 드나들면서 다른 희망봉을 찾아 걸어가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30여 년 전 어렵게 만난 시조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도 만족할만한 한 편의 좋은 작품을 위해 남모를 씨름을 하며 지낸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이고 행복이라 여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퇴임할 때 시조집과 평론집 두 권을 출간하여 38년 6개월 동안 다닌 직장의 퇴임기념으로 작은 기념회를 가졌었다. 퇴임한 지 이제 5년이 훌쩍 지나갔다. 나름의 결과물을 수확할 수 있었다. 허송세월한 것은 아니었고 올 초에 다섯 번째 작품집을 상재하였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충실을 기하면서 테니스로 여가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시조시인 한 분이 나를 찾아 오셨던 것이다.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이었다. 시조를 낯선 장르로 여기고 있던 나에게 시조를 같이 써보자고 권유하셨다. 나에게 시조 쓰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고는 내가 등단하자마자 세상을 떠나셨다. 그분의 열화 같은 열정이 없었더라면 나와 시조와의 깊은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습작기를 거쳐 신춘에 당선되면서 나의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퇴직 후 오늘까지 시조문학에 대한 집념과 애착으로 노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지량 선생과의 운명적 만남, 시조와의 조우를 통해 만남이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절감하고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만남이 나의 인생항로를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이제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아름다운 작품 한 편과의 만남 외에 다른 희망봉은 없다. 그 뜻이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 소중한 만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머리맡에 황혼이 내려오지만 그것이 두렵다거나 조급증을 내지 않는다.
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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