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빈병 보증금 제도
[경일포럼]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빈병 보증금 제도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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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금강경에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씀이다.

빈병도 본래의 자리가 있다. 빈병이 아이들의 놀이터에 있으면 위험하다. 그러나 빈병이 생산현장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목을 적셔주는 음료수나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풀어주는 소주, 맥주를 담는 훌륭한 용기로 재사용된다.

40대 이상의 국민이라면 어릴 적 빈병 몇 개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바꿔 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빈병을 바꾸는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렇게 됐을까?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5년에 소주병과 맥주병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빈병을 슈퍼에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소비자의 빈병 반환과 주류제조사의 빈병 재사용을 촉진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그런데 보증금의 가격은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으로 1994년부터 21년간 그대로다.

이러다 보니 빈병이 처음 제품을 산 곳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고, 고물상 등 다른 경로를 통하다 보니 회수품질도 떨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독일은 40회 이상, 이웃 일본도 28회 이상 빈병을 재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8회 정도만 재사용되고 있다. 신병은 재사용병에 비해 평균 120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소비자 측면에서도 빈병을 반환하지 않아 포기하는 보증금만 한 해 57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내년 1월 21일부터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보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증금이 인상되면 소비자 부담만 증가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보증금은 빈병을 반환하면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으로 실질적인 가격인상이 아니다. 또한 제조사의 원가절감으로 이어져 술값 인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의 재사용률이 85% 수준인데, 선진국 수준인 95%로 증가하면 제조사는 연간 451억원의 원가절감이 예상된다. 결국 소비자의 반환여부가 중요하다. 지난 9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1명만 직접 빈병을 반환하고 있지만, 보증금이 오르면 10명 중 9명이 반환하겠다고 응답하였다.

환경부는 소비자가 어디서나 편리하게 빈병을 반환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병행하고 있다. 자동으로 빈병을 인식하고 보증금을 돌려주는 무인회수기를 수도권 대형마트에 12대를 설치했고, 앞으로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진열대나 영수증에 제품가격을 표시할 때 보증금을 별도 표시하도록 하고, 빈병 반환 거부에 대한 신고보상제도도 도입된다. 소비자 불편사항 신고와 상담을 위한 콜센터(1522-0082)도 지난 2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최근 언론을 보면 빈병 사재기 조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구병을 구분하기 위해 내년부터 제품라벨이 변경된다. 지금의 빈병 사재기는 헛된 욕심일 뿐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본래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빈병은 제품을 산 곳으로, 보증금은 소비자의 주머니로 돌아가야 한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자원의 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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