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교육을 위한 학제개편이 되어야
[아침논단] 교육을 위한 학제개편이 되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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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청년들의 취업연령을 낮추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검토를 요청한 ‘학제개편’ 방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정은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을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학제개편 회의에서는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의 교육연한을 각각 1년씩 줄이고,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재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초·중·고 12학년제가 10년 학제로 바뀌게 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사회에 진출하거나 대학에 입학하는 나이는 현재보다 3년이나 더 빠른 만16세가 된다. 이렇게 볼 때 학제개편을 통해서 조기의 사회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학제개편을 통한 조기의 사회진출이 결혼연령을 앞당겨서 출산율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이유는 현재의 12학년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남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군입대를 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과 취업 스펙쌓기를 위한 자발적 휴학 등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가급적이면 고용불안이 없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재수 혹은 삼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직연령만 앞당긴다고 해서 그것이 곧 안정된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만16세의 어린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과거에 비하여 요즘의 아이들의 지적수준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성이나 책임성의 면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조차 과거에 비하여 점점 더 어린아이 같아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여 학생들이 졸업 후 건전한 사회인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2학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10년 학제를 도입하면 유학생들은 외국 현지에서 다시 2년 동안의 고등학교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무조건 사회진출을 앞당기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그것이 곧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심각한 청년실업문제와 고용불안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이나 생산직을 기피하는 청년들의 인식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조그마한 중소기업이나 손에 기름때를 묻히는 생산직보다는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시기를 스스로 늦추는 대학졸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대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휴학하거나 졸업 후 2~3년을 공부하고 있다. 졸업이 앞당겨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의 문제는 현재의 제도들을 활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출산장려금을 대폭 지원하고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시의 불이익을 제거하여 줌으로써 해결하여야 한다. 학제개편은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고, 또 이를 통해서 나타나는 사회적 비용과 제반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외국의 사례들도 비교하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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