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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 여행] 변산 마실길바다와 내륙의 절경을 디디고 돌아오는 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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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6  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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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이 울릴테니
- 백창우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중에서 -


옛날에는 주로 관광지만이 관광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지와 관광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길’이 관광의 대상, 힐링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을을 마을답게 하는 길이 마침내 마을의 존재가치를 발휘케 하는 순간이다. 그 길엔 바다, 바람, 햇살, 구름, 하늘, 풀벌레, 꽃, 쉼, 대화, 웃음, 눈물, 사랑이 늘 함께 존재해 왔다. 길을 걸어본 사람이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힐링여행을 떠났다.

올레길, 둘레길, 갈맷길, 해파랑길, 마실길 웰빙이나 힐링을 위해 만든 수많은 길 중에 가장 정감이 가는 이름이 마실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열 번째는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변산 마실길’을 찾아 나섰다.

 
   
▲ 환상적인 변산 마실길 풍경.


◇한낮에 걸어간 적벽강 노을길

변산 마실길은 열네 개의 코스로 짜여져 있는데, 해안코스로는 적벽강 노을길, 곰소 소금밭길을 포함해 8개가 있고, 내륙코스로는 내소사 전나무길, 반계 선비길을 포함해 6개가 있다. 우리는 3코스인 적벽강 노을길과 4코스 해넘이 솔섬길을 4시간 정도에 걸쳐 탐방을 했다.

성천-적벽강-격포해수욕장-채석강-격포항-궁항-솔섬으로 이어진 길은 변산 마실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코스이다. 서해안을 끼고 걷는 길이라 해 질 무렵이라야 그 풍광이 제일 아름답고 서정적이겠지만 1박을 할 수 없는 우리는 대낮에 노을길과 해넘이길을 걸어야했다.

성천에서 출발하여 바닷가 밭두렁길, 초소와 초소를 잇는 길, 그야말로 마실(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즈넉한 길을 따라 걸었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길섶에서 우리를 맞이해 주는 가을꽃과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보면 바닷물 역시 이미 가을색으로 물들었는지 비취색 남해와는 다른 또 하나의 풍치를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해안 쪽으로 난 길을 걸을 때면 바람소리와 파돗소리가 한데 얼려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러다 땀을 식히기 위해 잠깐 갯바위에 서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면 개펄 바다에서 볼 수 없었던 비취색 바다가 하늘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여름 기운이 남은 따가운 햇살이 엉겨붙은 귓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해풍이 있고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끼리 나누는 담소가 있어 마실길을 걷는 탐방객들의 마음을 정겹게 하고 상쾌하게 했다.

들물일 때는 바닷가로 난 길을 걸어갈 수가 없어 도로 한 켠을 빌려서 만든 시멘트길을 걸어가는 것이 다소 발걸음을 팍팍하게 했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이라 무척 운치가 있었다. 적벽강과 채석강, 격포항 등 이름난 관광지를 양념 삼아 보면서 걷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였다.

 
   
▲ 변산반도 마실길 표지판.


◇생태의 보고, 개펄

우리가 변산 마실길을 탐방했을 때, 마침 들물 때라 개펄이 많이 펼쳐져 있지 않았지만 지구의 허파, 콩팥, 자궁 역할을 하는 개펄이 한때는 소홀하게 대접받은 적이 있었다. 개펄의 가치나 구실을 무시한 채, 근시안적인 단순한 수치에 눈이 어두워져 땅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마구 매립하여 생태의 보물 창고를 훼손한 죄를 짓기도 했다.

변산 마실길을 걸어오면서 이곳이 매립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전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매립을 해서 농경지로 만들거나 산업단지로 만들었다면 지금의 생태자원 및 관광자원으로서의 개펄보다 수익성이 결코 높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과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여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개발을 해서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구상에 이러한 개펄은 많지 않다. 세계5대개펄이라 하는 유럽 북해 연안, 미국 동부해안, 캐나다 동부해안, 아마존강 하구, 그리고 우리나라 서해안에 개펄이 집중되어 있다.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 선진국들은 80년대부터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기존 간척지는 둑을 허물어 바다로 복원했다고 한다. 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명품 힐링코스로서의 마실길

바다와 내륙의 절경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명품 힐링코스로서의 변산 마실길, 한 모롱이 돌아들 때마다 볼 수 있는 기암절벽, 개펄, 바다, 논밭 등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탐방객들의 일상에 찌든 마음과 정서를 정화시켜 주고, 아름답게 하는 힐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보전해서 100년 뒤 후세들이 ‘변산 마실길’을 걸어갈 때, 걸음걸음이 힐링이 되고, 긍지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파도소리로 씻어내고,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열어 소금 바람에 거풍을 하고, 오랜 세월 묻어놓은 슬픔을 꺼내 햇볕에 말리는 일 자체가 힐링이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똬리 튼 슬픔과 상처를 용서와 사랑으로 위무할 때 비로소 그 아픔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용서와 사랑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어쩌면 ‘길’일지도 모른다. 변산 마실길, 길을 걸으면서 아픔이 위안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바뀐 나 속의 나와 더불어 집으로 되돌아왔다.

박종현(시인)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동호인들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동호인들.
바다와 하나가 된 동호인
바다와 하나가 돼 기념촬영 중인 동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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