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우리에게도 ‘100년의 꿈’이 있는가
[경일시론] 우리에게도 ‘100년의 꿈’이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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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얼마 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2025’ 문건을 본 일이 있다. 향후 10년간 제조업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 문건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제조업은 국민경제의 주체로서 입국(立國)의 기본이며, 흥국(興國)의 도구이며, 강국(强國)의 기초이다. 세계 강국의 흥망성쇠와 중화민국의 분투 역사가 증명하듯이 강대한 제조업 없이는 국가와 민족의 강성함도 없다.” 또한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도 솔직하게 지적, 반성하고 있다. “30여년 노력으로 우리는 제조업 1위국이 됐다. 유인(有人)우주선, 슈퍼컴퓨터, 고속철도, 석유탐사 설비 등에서 ‘기술돌파’를 이룩했다. 하지만 우리 제조업은 여전히 덩치만 컸지 강하지 못하고, 창의력이 미약하며, 핵심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문서를 ‘제조업 강국 실현을 위한 첫 번째 10년(2015~2025년) 행동강령’이라 정의하고, 각 성(省)에 ‘철저한 집행’을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문건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주장의 바탕에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고 논리가 정연해 설득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공산당대회나 전인대(全人大)에서 채택되는 문건은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장기간 검토하고 최고 지도부가 승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거기에는 아편전쟁에서 시작된 굴욕의 역사에 대한 자성(自省)과 민족 부흥을 향한 강한 의지, 미래 사회의 청사진, 당면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방안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를 정독한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피가 끓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는 웅변같은 글들이라고 한다. 이런 문건이 8300만 공산당원을 통해 말단까지 전파되고, 다시 각 단위별로 문제의식을 공유해 행동으로 옮겨진다는 점이 중국의 발전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2013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신실크로드)’도 14억 중국인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라고 하지만 국민지지 없이는 최고 지도자의 뜻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1950년대 말 마오쩌둥은 10년 만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대약진 운동’을 벌였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패했다. ‘일대일로’는 다른 것 같다. 중국 언론뿐 아니라 최근 만나본 중국 관료나 학자, 유학생들도 ‘일대일로’를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국가정책에 대한 공감과 지도자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해 보였다.

무엇이 중국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시 주석을 대표로 하여 그 뒤에 숨은 많은 연구자와 전문가, 참모들이 고민해 만들어낸 국가 비전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꿈과 희망으로 부풀게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공감은 자신들이 왜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인식, 현실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 꿈을 실현할 타당한 전략에서 나오는 것 같다. 중국인들은 “일대일로를 통해 세계를 운명 공동체로 만들 것”이라며, ‘이는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100년 프로젝트’라고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과 전략을 들어본지 너무나 오래됐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나라는 어디에서 미래의 꿈과 전략을 찾을 수 있는가. 우리도 이제는 그 신물나는 정파싸움과 계파갈등이 아닌 우리 모두의 미래 100년을 향한 꿈과 전략을 보고 싶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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