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바닥論
[주강홍의 경일시단] 바닥論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6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강홍의 경일시단] 바닥論 
김나영 시인


나는 바닥이 좋다.

바닥만 보면 자꾸 드러눕고 싶어진다.

바닥난 내 정신의 단면을 들킨 것만 같아 민망하지만

바닥에 누워 책을 보고 있으면

바닥에 누워서 신문을 보고 있으면

나와 바닥이 점점 한 몸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 침대를 등에 업고 외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식구들은 내 게으름의 수위가 극에 달했다고 혀를 찼지만

지인은 내 몸에 죽음이 가까이 온 것 아니냐고 염려 하지만

그 어느 날 내가 바닥에 잘 드러누운 덕분에 아이가 만들어졌고

내 몸을 납작하게 깔았을 때 집 안에 평화가 오더라.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도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도

알고 보면 모두 바닥이 부실해서 생겨난 일이다.

세상의 저변을 조용히 받치고 가는

바닥의 힘을 온 몸으로 전수받기 위하여

나는 매일 바닥에서 뒹군다.

----------------------------------------------------------------

낮은 것들만 모이는 그 곳은 더 낮을 수 없는 것들만 있다. 바닥까지 주저앉자 보지 못한 것들은 거기가 생상의 근본임을 잘 모른다. 중력이 드나들고 침묵의 언어들이 탄성으로 낮게 엎드려있다. 비상의 시작이다. (주강홍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