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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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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김연동
계수나무의 고향 계림을 다녀왔다. 좀 더 일찍 갈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안고 돌아왔다. 일찍이 송나라 때 왕정공이 읊은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라는 시구처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산수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4박5일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3박4일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 속에서 수박 겉핥기로 종종거리고 다니다 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도 일정 내내 우중에서 한 여행이라 맑은 날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 눈이 아픈 곳이 계림이라더니, 정말 빼어난 산과 물의 조화로운 경관이 세상 제일가는 곳이라 자랑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림은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관광특구로 지정하여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멋진 산 골골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간판이 내걸리는 모습을 보며 난개발로 인해 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허물리고 마는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되었다. 그리고 죽순처럼 쭉쭉 뻗어 하늘을 찌르는 기묘한 산허리까지 비닐하우스로 덮여가고 있는 실상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돈 버는 일에 제일이라는 중국 사람들인지라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한 발 앞서가는 우리나라 관광지 난개발이 남긴 상흔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도 잘 손질한 유적들과 산수가 어우러지고 전통문화와의 절묘한 조화를 꾀하는 그들의 노력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새로 지은 건축물들과 옛 유적과의 조화는 가히 중국인들의 솜씨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동원력을 실감할 수도 있었다. 유명한 장예모 감독의 ‘인상유삼제’의 관람도 인상적이었지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호수 주변 어둠 속에서 관광객을 위해 공연을 하고 있는 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관의 연출 그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산과 강과 호수와 계림의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펼쳐지는 공연은 한 편의 장엄한 드라마였다.

풍성한 자연자원과 인력 그리고 치솟는 경제력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그들이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라는 점과 그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미리 겁먹으면 지는 것이다. 유사 이래 그들을 앞서온 최근 30여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분발한다면 반드시 작지만 강한 나라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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