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알고 먹으면 맛있는 면(麵)
<농업이야기>알고 먹으면 맛있는 면(麵)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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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협력담당자)
이성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밀은 세계 주요 3대 작물 중 하나로 기후 적응성이 강하여 세계 126개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고 세계 경작지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케레스는 곡물의 여신으로 인간에게 밀 종자와 농업기술을 전수해 주었다고 한다. 밀은 주로 서구인들의 주식인 빵으로 이용되어 왔으나 우리나라도 밀의 소비량이 점점 증가하여 세 끼 중 한 끼는 밀로 소비할 만큼 많은 량을 소비하는 중요 식량자원이 되었다.

밀로 만드는 음식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밀을 사용하여 빵, 과자, 술 등을 만들 수 있지만 면(麵)이야 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면의 역사는 B.C. 6000~5000년경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저렴하고 조리하기에 간편해 동양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되었다. 우리나라 면의 역사는 통일신라시대까지는 문헌상에 보이지 않다가 송과 교류했던 고려시대에 송나라 사신의 여행기인 ‘고려도경(高麗圖經 1123년)’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때쯤으로 보인다. 동양에서는 희고 긴 모양 때문에‘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례음식으로 사용될 만큼 옛날에 면은 고급음식으로 대우를 받았다. 면은 쫄깃한 느낌과 씹는 탄력 그리고 목에 넘어가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동서양, 인종에 관계없이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송나라 때 이슬람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된 면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파스타(pasta) 요리로 변신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어‘인파스타래리(반죽)’에서 온 말로 밀가루를 물이나 달걀에 반죽한 것이다. 이탈리아가 파스타로 유명해진 이유는 파스타 제조에 사용되는 듀럼밀 재배에 적합한 풍토와 소스의 주재료가 되는 토마토, 올리브, 포도가 주요 작물로 재배되었기 때문이다. 일반 밀은 서늘하고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 재배되고 빻으면 하얀 고운 밀가루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듀럼밀은 일반 밀과 달리 고온 건조한 이탈리아 남부, 스페인, 아프리카북부 등 지중해성 기후에서만 재배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경질밀로서 빻으면 호박색의 모래알 같은 가루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으로 파스타를 만든다.

중국은 세계 면 요리의 종주국으로 면의 재료로 밀, 쌀, 녹두, 고구마가 이용되었으며 북부는 밀, 남부는 쌀을 이용하여 면을 만들었다. 중국의 몇 가지 유명한 면으로 단단미엔(擔擔麵)은 쓰촨성 면 요리로 국물이 맑으면서도 매운 맛과 땅콩의 풍미를 자랑하는 서민 면 요리다. 광동성의 이후이멘(伊府麵)은 물 대신 계란노른자를 넣어 반죽하며 면을 삶았다가 다시 기름에 튀겨내어 장기 보존이 가능하다. 자장미엔(炸醬麵)은 중국 된장에 고기를 볶아 소스를 만들고 생야채를 곁들이는 베이징의 음식으로 짜장면의 원조로 우리 것에 비해 짜고 고소함은 덜한 편이다.

일본의 면은 중국에서 전래되어 일본 전통 식재료인 된장, 돼지고기, 간장 등을 이용한 라면을 탄생시켰다. 홋카이도 삿포로 라면은 일본 전통 된장을 기본으로 만든 미소라면의 원조이고 사골국물을 끓여내어 특유의 풍미가 특징이다. 카가와현의 사누키 우동은 일본 최초의 우동으로 찰기가 우수하고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있다. 반죽을 만들 때도 발로 꾹꾹 밟아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탄력이 있고 면이 쫄깃하다고 한다. 이처럼 면에는 지리적, 역사적 특성이 있으며 재료, 면 제조법, 조리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과 고유문화의 가치가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이성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협력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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