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입눈
잎눈도 아니고 꽃눈도 아닌데
비만 오면 나무에 눈이 달린다
도드라진 눈동자는 보이는 족족
사방의 풍경을 꿀꺽 삼킨다.
카멜레온이 울고 갈 지경이다
-김영빈
주변 풍경을 보이는 대로 투영해버리는 저 단단한 고집을 ‘입눈’이라 부르고 있으니, 수없이 보아 온 물방울이 주인을 제대로 만난 것이다. 자연의 발설한 언어를 귀담아 들을 뿐 아니라 머금은 말까지도 어르고 달랠 줄 아는, 카멜레온 같은 작명가를 말이다. 찰나에 포착한 형상을 문자로 재현한 화자의 기발한 작품이 독자의 시선마저도 꿀꺽 삼키는 것 아닌가.
공중 나는 새와 나무는 물론 아파트도 통째 삼켜 버릴 것 같은 저 찰나, 저 순간의 견고한 물의 집!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 또한 생명의 근원인 물방울이 소재였다.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천 개의 물방울/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순간의 꽃으로, 입눈으로 불린 저를 나는 감히 ‘물방울 다이아몬드’라 슬그머니 칭해 보는 것이다./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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