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사람들은 대체로 이상을 꿈꾼다
[경일포럼] 사람들은 대체로 이상을 꿈꾼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12.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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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사람들은 대체로 이상을 꿈꾼다. 그런데 사노라면 이상의 달성을 위해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상 실현이 본인의 신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상 실현을 위해 관직을 필요로 하면서 그 관직을 얻고자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순간 이미 이상은 순수성을 잃고 말지만 사람들은 미처 알아채지를 못한다. 어차피 이상은 사람마다 달라서 서로의 이상이 공유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상의 통일이 실현되는 것도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차이를 조정하고 공유하면서 다음, 또 다음 세대에는 보편적인 사회적 이상으로 합의될 수 있으리라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야지, 서둘러 현실과 타협하면서 관직을 차지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럼에도 현실과 타협해 관직을 구하면서 이상 실현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격이나 자질이 충분하지 않으면서 권력에 대한 욕심만 가득한 경우가 참 많다. 선거직이든 임명직이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관직을 얻기 위해 온갖 교활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불신하는 주변을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불의라 내몰기도 한다.

그리하여 권력을 잡게 되면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스스로 밀고 나가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여기고 옳고 그름의 기준마저 본인한테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을 휘두르기만 하고 견제도 받지 않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나쁜 결과는 상대방에게 돌려버리기고 한다, 그러는 사이 그 조직은 불의와 불평등으로 와해되고 민심은 들끓게 되지만, 그럼에도 누구하나 견제하거나 제지하지 못한다. 어떤 합리적인 비판이나 건의도 묵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저 임기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사이 조직은 잘디잘게 삭아갈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는 중요하다. 선거직에서 51%의 승리도 엄연히 현실 속의 승리이다. 하지만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승리 이후의 태도이다. 51% 승리의 힘을 믿고 무작정 밀고 나가려 하면 결국 그 51%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다 뒤 돌아보면 굽이굽이 돌아온 길이 있음에도 기차 속에서 사람들은 직진으로 왔다고만 착각하게 된다. 밖에서 다 보이는데 기차 안에서는 모르듯이, 우리들도 자신이 정상의 길을 걷고 있다 착각하지만 뒤돌아보면 비틀거린 흔적의 발자국을 본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권력은 오죽할까. 권력의 힘이 클수록 구성원의 눈과 귀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이다. 승리 이후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상대진영의 협력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정말 이상 실현이 목표라면 공존을 위해 상대를 설득하고 승리자의 아량으로 껴안을 수 있는 동행정신이 절실하다. 선거직에서 이상 실현을 목표로 말했다면,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면서 전리품 나눠주듯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기차 밖의 다수의 사람들은 기차가 어디로 달려가는지를 끊임없이 지켜봐야 한다. 이상 실현을 목표로 말만 하고 사실은 자신의 아성만 열심히 쌓아가는 함량 미달의 선장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미 승리한 이후에는 기차가 탈선을 해도, 배가 가라앉아도 손을 쓰기에는 늦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이 쉬운 용어가 몇 백 년을 이어오는 이유가 다 있을 것이다. 천심을 두려워하는 민심이 되기 위해서 유권자인 우리들은 손가락을 부디 잘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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