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공공디자인 숨결을 불어넣다 <4>겔젠키르헨 촐퍼라인 재단
진주, 공공디자인 숨결을 불어넣다 <4>겔젠키르헨 촐퍼라인 재단
  • 강진성·박성민기자
  • 승인 2015.11.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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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도시, 공공디자인으로 재도약 꿈꾸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왔다. 국내의 공공디자인은 관공서에서 시행하는 가로시설물, 벽화그리기, 버스정류장, 팩토그램, 상징건출물 등 한정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을 도시개발 영역까지 포함시킨 광범위한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도로, 광장, 공원 등 도시공간에서 공공이 누리는 공간은 모두 공공디자인 영역으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본보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의 겔젠키르헨(Gelsenkirchen)과 에센(Essen)의 사례를 통해 진주시가 공공디자인을 보다 확장해 추진할 필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독일의 최대 탄광지역이던 촐퍼라인은 폐광으로 방치돼 있던 것을 원형을 보존하면서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루르박물관'으로 과거 석탁을 세탁하던 건물을 활용했다.  



◇ 잘나가던 도시의 몰락

독일 북서부 탄광밀집 지대에 위치한 겔젠키르헨시는 인구 26만명의 중소도시다. 독일 프로축구팀 ‘살케04’의 홈이다. 겔젠키르헨은 과거 잘나가던 도시였다. 1920년대에는 ‘천개의 불꽃 도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철강·석탄 공장의 굴뚝 1000개에서 뿜어나오는 불꽃에서 따왔다.

이를 바탕으로 화학·철강·섬유·유리산업이 융성하면서 1950년대 후반 39만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16만명이 노동자일 정도로 일자리가 풍성한 공업도시였다. 세계적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 공장도 위치해 있었다.

크리스티네 쉐플러(Christine Scheffler) 겔젠키르헨시 경제후원처 운영팀 담당은 “당시 겔젠키르헨에서는 하얀 빨래를 밖에 널면 안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철강·석탄 공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석탄산업이 하향세는 곧 겔젠키르헨의 위기로 다가왔다. 40개가 넘는 광산이 문을 닫았다. 호주의 값싼 석탄과 경쟁이 되지 않은 것이다. 순식간에 일자리 6만개가 없어졌고 40만명에 육박했던 인구가 줄어들었다. 인구가 줄어든 자리에는 동유럽 이민자로 채워졌다. 산업구조가 붕괴돼 선도적이 대기업이 없어졌고 이는 곧 경제규모 축소, 법인세수 하락 등 지방세수 부족으로 이어졌다. 실업율은 14%에 달할만큼 도시의 활력이 떨어져 갔다.

마리리스 랑에(Marielies Lange) 겔젠키르헨 경제후원처 마케팅 홍보담당자 “석탄가공산업의 몰락 이후 겔젠키르헨은 전략적 경제구조의 개발을 통해 경제도시로의 포지셔닝 다시 해야만 했다”며 “결국 도시 재개발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겔젠키르헨은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주기위해 공공디자인을 도입해 도시를 리빌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유네스코 등재 이전부터 들어선 ‘레드닷뮤지엄’은 촐퍼라인의 대표적 공간이다.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으로 유명한 레드닷은 대형보일러실에 있던 곳에 박물관을 차렸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유지했다. 레드닷뮤지엄 실내 모습



◇ 태양광 도시로 ‘업그레이드’

겔젠키르헨은 도시재개발은 1990년부터다. 과거 명성이었던 ‘천개의 불꽃 도시’를 재현하기 위해 도시 콘셉트를 ‘천개의 빛나는 도시’로 정했다. 그 원동력은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사업이다. 1995년 기존 제철소 자리에 과학단지를 설립해 에너지기업을 유치했다. 또 공기 순환시스템, 지열 이용, 태양광 전기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 도시의 콘셉트에 맞게 도시를 가꾸되 겔젠키르헨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과거 모습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개발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노르트슈테른파크(Nordsternpark)이다. 북쪽의 별이라는 뜻으로 이웃한 에센과 접한 곳에 있다. 과거엔 ‘금지된 도시’라는 이름이 붙혀질 정도로 탄광 노동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던 지역이다. 마지막 석탄이 1993년 채굴될 만큼 석탄이 가득했던 곳이었지만 겔젠키르헨은 과감히 주요지구를 5구역으로 나눠 개발에 나섰다.

1999년 독일 전역을 돌며 2년마다 개최되는 ‘독일연방 가든 박람회’를 유치했다. 총 3500만 유로가 투입된 박람회는 170일동안 약 160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겔젠키르헨을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100ha에 달하는 부지 가운데 83ha 녹지를 조성하고 북쪽지역은 과학·주거단지, 남쪽은 놀이터 및 공원 등 자연 녹지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노르트슈테른 파크에 북쪽에는 600여 명 규모의 부동산기업 비바베스트(VIVAWEST) 등 기업들이 기존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비바베스트 기존 건물입주 과정에서도 시와 협의 속에 최대 내부시설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도시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헤라클레스’ 동상도 세워 도시의 하나로 묶는 사업도 실시했다. 매년 6월에는 산업지역 문화의 밤 행사가 개최되는 등 도시활력이 되살아 났다. 이외에도 유람선을 운영과 유럽에서 가장 큰 철도 모형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마리에 멘제(Marie Mense) 비바베스트 박사 겸 마케팅담당자는 “기초 산업을 바탕으로 서비스, 관광, 주거, 여기에 태양광 친환경에너지산업을 더해 전체 도시를 변모시켰다”며 “앞으로도 기업과 시가 각 특색에 맞는 상호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부동산기업 비바베스트(VIVAWEST) 등 기업들이 기존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비바베스트 기존 건물입주 과정에서도 시와 협의 속에 최대 내부시설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도시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헤라클레스’ 동상도 세워 도시의 하나로 묶는
|사업도 실시했다. 마리에 멘제 박사가 겔젠키르헨 지역의 발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버려진 탄광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디자인으로 부활한 촐퍼라인 탄광지대


독일 에센 지역의 북쪽에 자리한 촐퍼라인(Zollverein)탄광지대는 하루 1만2000t의 석탄 쏟아지던 독일 최대 탄광지대였다.

지난 1986년까지 계속된 채굴 작업은 에센지역의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85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거대한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인 깊어 파독광부들이 외화를 벌기 위해 정착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채굴이 중단됐다. 에센 지역에서는 이곳을 재개발하는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폐광이 되었지만 과거의 영광이었던 탄광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시민들에게서 나왔다. 이런 와중에 몇몇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촐퍼라인의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를 주장하며 보존하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보존 방향으로 정책이 정해지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대규모의 탄광시설과 바우하우스 양식의 건축물에 대한 보존성을 인정받아 2001년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촐퍼라인은 옛것을 보호함과 동시에 가치있는 개발을 하기 위해 에센시·주정부·촐퍼라인 재단이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운영은 에센시와 주정부가 출자한 촐퍼라인재단이 도맡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이전부터 들어선 ‘레드닷뮤지엄’은 촐퍼라인의 대표적 공간이다.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으로 유명한 레드닷은 대형보일러실에 있던 곳에 박물관을 차렸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유지했다.

근처에 위치한 루르박물관은 석탄을 세척하던 곳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는 24m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통과해야 한다. 주황색 불빛이 가득한 에스컬레이터는 마치 용광로로 통하는 길을 연상시킨다.

 

▲ 데일라 보쉬촐퍼라인재단 홍보팀장은 “잘 짜여진 마스터 플랜 아래 지역에 맞는 개발 목적성이 각 사업에 자연스럽게 섞였기 대문에 기존 건축물의 건축학적 가치도 지키면서 발전이 가능했다”고 촐퍼라인지역 발전과정을 설명했다.

루르박물관 역시 과거 시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당시 탄광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모습과 도구들을 전시해 역사현장으로 만들었다.

이와함께 건물 장기임대사업, 단기 이벤트 실시, 수영장·아이스링크를 운영해 관광객도 끌고 있다. 전력·화학·관광 등 다양한 회사와 함께 산학협동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대학도 유치하고 있다. 또 기존 건물에 호텔과 레스토랑 등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기 위한 ‘촐퍼라인 2020’ 계획을 추진 중이다.

데일라 보쉬(Delia Bosch) 촐퍼라인재단 홍보팀장은 “잘 짜여진 마스터 플랜 아래 지역에 맞는 개발 목적성이 각 사업에 자연스럽게 섞였기 대문에 기존 건축물의 건축학적 가치도 지키면서 발전이 가능했다”며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설득에 나서 신뢰성을 확보하고 앞으로는 관광이 융복합된 사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진성·박성민기자


진주, 공공디자인 숨결을 불어넣다 <4> 독일, 도시개발도 공공디자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유네스코 등재 이전부터 들어선 ‘레드닷뮤지엄’은 촐퍼라인의 대표적 공간이다.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으로 유명한 레드닷은 대형보일러실에 있던 곳에 박물관을 차렸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유지했다. 사진은 레드닷뮤지엄 에스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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