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장묘(葬墓)문화의 변화
[경일포럼] 장묘(葬墓)문화의 변화
  • 경남일보
  • 승인 2015.12.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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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우리 주위에서 요즘 흔하게 들리는 말이 웰빙 또는 로하스라는 단어이다. 그냥 평범하게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해진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건강백세 시대를 맞이해 웰빙과 함께 웰다잉이라는 단어도 같이 떠오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웰다잉은 ‘잘 죽는다’는 의미인데 장법, 장례, 상속 등을 미리 준비해 죽음 이후도 대비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장지 문제에 있어서 후손들에게 작지만 한그루의 나무를 물려줄 수 있는 수목장이 웰다잉이라는 의미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수목장은 사람이 죽은 뒤 화장한 유골을 지정된 수목의 밑에 묻고 명패를 달아 고인의 넋을 기리는 장례법으로 나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인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정신까지 있어 기존의 납골당보다 훨씬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장례법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적 의미의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 도입된 후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수목장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본래 일부 사찰에서만 운영됐는데 2004년 모 대학교 명예교수의 장례를 양평군에 있는 대학연습림에서 수목장으로 치려지게 됐으며, 이때부터 사람들은 수목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후 산림청에서 2009년 경기도 양평에 국내 최초 국립수목장림인 ‘하늘숲 추모원’을 조성했으며, 최초 조성 시 10ha를 현재 48ha까지 확대·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급증하고 있는 수목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올 11월부터 충남 서천에 제2의 국립수목장림을 조성하고 있다.

수목장 정신은 멀리는 단군신화의 박달나무에서부터 가까이는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에서 엿볼 수 있는 사상과도 뿌리를 같이한다. 비움과 나눔의 실천, 자연으로 오롯이 돌아가는 수목장은 무위자연과 자연회귀의 삶을 실천한다. 한줌의 재는 자연의 자양분이 돼 나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아름다운 숲을 후손에게 물려줌으로써 에코다잉을 지양한다. 즉 동양철학과 종교의 가르침으로 볼 때도 우리 삶의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전통 장묘법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도입과 함께 주류를 이루게 됐는데, 그 이전인 신라·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을 많이 했다고 한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화장률은 70%를 넘어섰다는데, 매장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매장묘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이며, 두 번째가 접근성 문제이다. 따라서 기존의 명당 개념인 좌청룡, 우백호가 좌버스, 우택시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또한 후손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수목장이 필요한가. 국토의 1%인 998㎢가 묘지로 잠식되고 매년 여의도 면적 1.2배인 9㎢의 묘지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전국 주택면적 2177㎢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1.6배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귀중한 산림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호화분묘로 국민적 위화감마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목과 함께 영생하며, 자연회귀 사상에 기초한 수목장은 장묘문화 개선을 통해 자연훼손을 최소화함으로써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꼭 필요한 장묘제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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