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땐 아랫목처럼 그리운 것
군불 땐 아랫목처럼 그리운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5.12.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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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하아무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만나서 얘기를 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고개를 숙였다 들기를 반복한다. 나이가 적을수록 그 정도가 심한 편이지만 그런 추세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대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소통 이후의 풍경들이다.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의 풍경이 여러모로 많이 바뀌고 있는 것. 여러 사람이 만나거나 행사를 하는 중에도 그 자체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측을 빼고는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모임이나 행사에 주도적인 사람이 있고, ‘출석 체크’ 차 참석한 이들은 연신 문자메시지를 보거나 보내는 데 열중한다. 실시간 중계가 참석의 주목적인 사람도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모임의 참석자나 음식, 그때그때의 내용이나 대화를 단체문자나 페이스북, 밴드모임 어플 등에 곧바로 올려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이들의 속도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저리 가라할 정도여서 개중에는 ‘대통령’이니 ‘마스터, 특파원, 통신원’ 소리를 듣는 이들도 꽤 많다.

문제는 소통과 공감수단으로서 대화가 사라진 모습에 있다. 스마트폰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사라졌고 그 주제나 내용도 가벼워졌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고 전달하고 싶은 것만 전하고, 대화에 몰입하는 대신 수시로 참여했다가 빠지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체온을 느끼고 눈빛을 읽는 감정교류가 사라져버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며칠 전 문인들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논쟁과 싸움이 사라진 ‘문인모임’에 대해 다들 씁쓸해 한 적이 있다. 물론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나 SNS에 모든 혐의를 씌울 수는 없겠지만 그 영향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문학모임이나 행사에서도 많은 참석자들이 그것에다 코를 박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필자 역시 ‘눈도장’ 찍으러 갔던 곳에선 간혹 그랬으니까.

이번 비가 온 뒤엔 강추위가 닥칠 것이라고 한다. 연말모임이 잦은 때이지만 무미건조한 분위기와 영혼 없는 대화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더 추워진다. 별 것도 아닌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두고 입씨름하고 심지어 주먹다짐까지 하던 때가 군불 땐 아랫목처럼 그리울 따름이다.
하아무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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