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간 불협화음… SPP조선 어디로 가나
채권단간 불협화음… SPP조선 어디로 가나
  • 박철홍
  • 승인 2015.12.16 16: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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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8척 수주했지만 채권단 RG 발급 거부
▲ 사천시 사남면에 위치한 SPP조선 전경.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는 사천 SPP조선에 대해 채권단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거부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선수금 환급보증은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금융회사의 보증이다. 조선업체가 배를 적기에 납품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배를 발주한 선박회사는 피해를 보게 되는 데 이때 보증을 선 보험공사나 은행이 대신 피해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SPP조선은 지난 2010년 자율협약 이후 인력감축, 공장 폐쇄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해 올 상반기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우리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SGI서울보증)은 올해 발주 받은 유조선 8척에 대해 RG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RG발급은 채권단 4개 금융기관이 모두 동의해야 가능하지만 수출입은행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SPP조선 직원들은 일감이 떨어지는 내년에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사천시, 사천시의회 등 지역사회에서는 SPP조선이 문을 닫을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RG 발급 촉구를 포함한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SPP조선 임직원 백방으로 노력= 지난 10일 SPP조선 살리기 결의대회가 회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여상규 국회의원, 송도근 사천시장, 김현철 사천시의회 의장, 지역 도·시의원, 사천상공회의소 관계자 등 지역인사 7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합법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향토기업 SPP 살리기에 전력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배인석 SPP조선 근로자위원장은 “은행 간 무책임한 핑퐁게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견실한 조선소가 무너지고 있다. 과연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흑자 수주 건에 대한 RG를 즉각 발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말 SPP조선은 사원 및 협력업체 임직원 명의의 탄원서를 청와대와 여·야당 지도부, 경남도청, 기획재정부 등 25개 정부부처와 관계 기관에 제출했다. SPP조선은 탄원서에서 “2014년 이후 채권단 통제로 신규 선박 수주가 이뤄지지 않아 내년 상반기에는 가동률이 50% 정도 떨어지고 연말엔 문을 닫아 근로자와 가족 1만여 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채권은행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RG 발급에 따른 수주가 선행되지 않으면 인수비용보다 막대한 운영자금이 드는 조선소를 어느 기업이 인수하겠느냐”며 RG 발급을 호소했다.

◇지역 정치권도 나서= 여상규 의원은 지난 15일 SPP조선 대회의실에서 RG 발급 촉구를 위해 채권단과 산업부 관계자 초청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여 의원은 “기업의 계속가치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RG발급이라도 채권단이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날 경남도의회는 제331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SPP조선 경영정상화 지원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도의회는 “SPP조선에 대한 RG 발급과 금융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사천시의회는 지난 7일 제194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SPP조선의 선박수주 재개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박근혜 대통령,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채권단 등에 발송했다.

◇채권단은 ‘네탓 공방’= 채권단은 현재 SPP조선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채권단은 지난 2010년 자율협약 이후 지난해 말까지 6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고, 올해 3월 4850억원의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신한 등 5개 시중은행이 동의하지 않아 채권단에서 빠져나갔고, 현재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4곳이 관리하고 있다.

지난 15일 SPP조선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간담회에서는 채권단간 소통부족과 RG 발급에 대한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 15일 SPP본사에서 여상규 국회의원 주최로 송도근 사천시장, 김현철 사천시의회 의장, 산자부, 채권단, SPP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신진기 본부장과 수출입은행 김성철 기업개선단장, 한국무역보험공사 강병태 부사장, 산업통상자원부 단희수 조선해양플랜트 과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이 자리는 RG발급과 관련해 각 채권단의 입장을 듣고, 여 의원이 중재자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2시간 30분간의 간담회는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여 의원은 산자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고 채권단에게는 RG발급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수출입은행이 반대했다.

이날 산자부는 SPP조선에 대한 RG발급은 기업과 채권단이 풀어야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우리은행은 RG발급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무역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김성철 수출입은행 본부장은 “우리는 이미 의사결정을 내렸다. SPP조선 M&A가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확실한 기업정상화 방안을 보고 받지 못했다. 업체의 자구노력 부족한 것 아닌가”라며 “우리은행 단독이라도 SPP를 지원하면 안되느냐”고 말했다.

이에 신진기 우리은행 본부장은 “충분히 다른 채권단에 자료도 주고 소통하려 했는데 무슨 소리냐. 채권의 49%를 가진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 주채권은행 바뀌달라고 하면 안되냐. 단독지원은 말도 안된다”고 되받았다.

이같이 RG 발급 여부를 놓고 채권단간 이견으로 SPP조선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RG 발급이 경영정상화를 온전히 담보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SPP조선이 저가공세로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 특화된 시장 개척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지난 10일 SPP조선 대강당에서 열린 SPP조선 살리기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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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조선소 2015-12-17 16:46:37
박철홍 기자님 무슨 소리 하십니까? SPP조선이 주력은 삼는 MR TANKER선은 중국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현대미포와 SPP조선이 전세계 물량중 90%이상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 작년 대비 전체 직원수 50%가량 줄였습니다. 특화된 시장 개척? 중소 조선소가 다양한 선종 건조하면 망합니다. 특화선종에 집중해야지
적자조선소 한테나 뼈를 깎는 노력 요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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