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미루나무' 도끼만행 사건
◈말숲산책-'미루나무' 도끼만행 사건
  • 허훈
  • 승인 2015.12.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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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미루나무' 도끼만행 사건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은 공동경비구역(JSA) 내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유엔군(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했다. 이른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다. 사건 직후 한·미 연합군은 즉각 전투태세를 강화하고 미군은 전폭기, 항공모함을 출동시켰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 개한테는 몽둥이가 필요하다”며 북의 만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졌고, 이에 국민들은 속이 후련했다. ‘미루나무 도끼만행 사건’은 우리에게 소름 끼치는 끔찍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특히 미군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잔혹한 사건을 두고 가당찮은 일이라 할지 모르지만, ‘미루나무’ 도끼만행 사건을 접한 세대는 ‘미루나무’ 표기만큼은 확실히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당시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북의 광란 장면과 미루나무가 겹쳐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미루나무’는 표준어 규정(발음 변화에 따른 규정) 제10항 ‘모음이 단순화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에 해당된다. 즉 ‘미류나무’는 틀리고 ‘미루나무’라 해야 맞다. 이중 모음을 단모음으로 발음하고, 특히 ‘ㅚ, ㅟ, ㅘ, ㅝ’ 등의 원순 모음을 평순 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은 일부 방언의 특징이다. ‘벼 ->베, 사과->사가’ 등.

그러나 이 항에서 다룬 단어들은 표준어 지역에서도 모음의 단순화 과정을 겪고, 이제 애초의 형태는 들어 보기 어렵게 된 것들이다. ‘미류나무(美柳~)’는 어원적으로 분명히 ‘미류~’인데 이제 ‘미류~’라는 발음은 듣지 못하게 됐다.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계기로 ‘미류나무’를 솎아 냈으니까, ‘류’의 ‘ㅣ’가 떨어져 나가 ‘루’가 돼 ‘미루나무’로 표기한다는 억지 논리를 펴더라도, ‘미루나무’로 기억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좋겠다.

허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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