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7)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7)
  • 경남일보
  • 승인 2015.12.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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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2015년 남강문학회에서 만난 문학인들(7)
박준영 교사는 우연한 순간으로 중앙일보 수위실에서 ‘입사 원서를’를 받아 집으로 왔다.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던 기자에의 주사위를 집어든 것이었다. 볼펜 한 자루 들고 응시생이 운집한 시험장인 성균관대학 캠퍼스로 갔다. 국어, 영어, 상식, 논술 순으로 시험을 쳤는데 영어는 영문과 출신이라 그냥 준비없이도 가능했고, 문제는 논술에 있었다. ‘언론의 문제와 과제’라는 논제였다.

이 논제에 숨겨진 뜻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한 10분간 사색을 했다. 당시 언론이 놓여 있었던 제4부로서의 고민과 분단 한국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름 결론을 내리고 써내려 갔다. 일단 이 논제에서 그는 상대적인 점수가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날 중앙일보를 보았다. 먼저 기자분야 합격자 수험번호가 났는데 아무리 눈을 닦고 보아도 자기 번호가 보이지 않았다. 신문지를 휙 던져버렸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보자, 내가 그렇게 허무하게 떨어질 정도로 시험을 친 것이 아니어서 오기로 다시 던져진 신문을 펴보았다. 기자분야 다음에 PD분야 합격자 번호가 이어서 발표되어 있었다. 가슴 떨리는 순간, 세 번째로 나온 번호가 1713번이었다. PD분야가 있었던 것은 중앙일보와 함께 창설된 동양방송(TBC)에서 일하는 PD를 말하는 것이었다. 박준영은 난감했다. 기자를 원했는데 PD라니, 그는 주변에 PD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몇 분에게 일의 난감함을 말했다.

첫 번째 지인은 “PD는 딴따라 대장이다. 선택지가 아닌 것 같아요.”하고 자기 나름의 판정을 해주었다. 두 번째는 진주에서 중학교 다닐 때 담임선생으로 교육청 장학사를 하고 계신 분이었다. 선생은 ‘그 자리는 자네에겐 맞지 않는 것 같네. 조선해운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하는데, 자네만 원하면 내가 추천해 줄 수 있네.“ 앞 두 분은 부정적이었다. 세 번째는 삼성에 근무하던 처사촌이었는데 ”자네. 이제 시대가 바뀌네. 언론의 방송시대가 열릴 것이네. 문자에 의존하는 기사에 머무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네. 전망과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게.“ 이 분은 매우 적극적으로 방송인으로 사는 길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었다.

그래서 박준영은 자신을 얻어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자 결심하고 2차 면접에 응했다. 2차는 무난히 통과하여 동양방송에 자신의 미래를 걸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KBS를 제외한 문화방송, 동아방송, 동양방송 삼사의 민간방송시대가 열려 한창 각축하기 시작한 때였다. 12시 낮뉴스 담당 아나운서부터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띄었었다. KBS는 강찬선 아나운서, MBC는 임택근 아나운서, DBS는 전영우 아나운서, TBC는 최계환 아나운서가 담당하여 불꽃 튀는 뉴스 경쟁을 보였다. 그들 아나운서들은 각기 최고의 개성파들로 강찬선은 이북출신의 무난한 흐름, 임택근은 정확한 발음과 속도, 전영우는 자로 재듯한 지적인 음성, 최계환은 다정한 서술형 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형들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박준영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 것이었다. 거기는 당분간 그가 가고자 하는 문학의 길이 착종된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 방송의 엄연한 시스템과 질서와 나름의 감각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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