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 밥이 기다려요
알록달록한 가방들이
인근에서 풀 뽑는 주인들을 기다린다
그림자가 반 토막 되도록 주인들은 오지 않고
바람이 맡고 가는 도시락 내음
-문성해(시인)
민생대책으로 나온 ‘희망 근로 프로젝트’는 서민경제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데, 그 일환으로 풀 뽑는 작업이 여기 속한다. 햇볕 아래 일렬로 쪼그린 그들의 모습이 마치 어깨를 맞댄 저 알록달록한 가방처럼 그려지지 않는가. 손자들이 매었던, 아니면 이웃에서 필요에 의해 가졌거나 헐값에 하나 사들였을 저 알록달록한 내력들이 정겹게 다가오는 한낮.
한시름 덜게 된 생활로 잡초를 움켜쥔 손아귀에 풀물이 들어도 좋겠다. 한 끼의 밥이 눈물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니 노동의 즐거움이야말로 밥맛 나는 일 아니겠나. 저처럼 나를 기다려주는 밥이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며, 그러니 긍정의 밥이 틀림없다. 빙 둘러 주인을 기다리는 밥내가 거룩하고 성스럽기까지 하는 오늘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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