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시간강사법 폐지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아침논단] 시간강사법 폐지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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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개정 고등교육법(일명 시간강사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근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2년간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유예나 폐지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이미 지난 3년간 두 차례나 그 시행을 유예해 놓고 또 다시 2년간 더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시간강사법은 지난 2010년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개선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대학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하여 2011년 개정되었다. 이 법의 핵심 내용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1년 이상의 강사임용계약, 일주일에 9시간 이상의 강의 전담, 4대 보험 적용 등이다. 특히 강사 임용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임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임용하도록 하고 있다. 법 규정만 보면 시간강사들에게 유리한 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시간강사들이 이 법의 시행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대량실직과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2013년 시행예정이던 법이 3년간 두 차례나 그 시행이 유예되었다. 실제로 시간강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법 개정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8일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3시간 미만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비율은 늘어났고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줄어들었다. 6개월 이내 단기계약은 늘어났고 6개월 이상 계약, 특히 1년 이상 계약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학의 비용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시간강사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재정지원도 하지 않고 있고 오로지 대학에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전임교수들의 강의시수를 늘리고 교양수업을 폐강하거나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시간강사를 줄이거나 시간강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초빙·겸임교수의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립대학의 경우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는 현재 시간당 8만원인데 전임교수의 초과강의료나 초빙·겸임교수의 강사료는 그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강사에게 9시간 이상의 강의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특정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대신 다른 강사들에게는 강의를 전혀 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시간강사법은 처음부터 대학과 시간강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추진한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강사들과 대학, 교육단체, 야당은 물론이고 이 법을 만들었던 여당과 교육부도 그 시행을 반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라는 입법취지 자체는 좋지만, 이로 인하여 오히려 시간강사의 처지가 더 열악해지고 고등교육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대학원 운영이 황폐화되어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 단절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대학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서 실패한 법을 붙잡고 유예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법은 폐지되어야 하고, 시간강사들을 포함한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국회 차원에서 대학의 현실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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