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경제 활성화, 법질서부터 바로 세워야
[경일시론] 경제 활성화, 법질서부터 바로 세워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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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제 활성화가 국민적인 과제이다. 국민 소비가 활발해지고 기업투자가 되살아나려면 무엇보다도 경제정책이 예측 가능해야 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축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법과 질서부터 확립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대규모 시위사태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폭력 및 무질서로 인하여 도심이 혼란에 빠지고, 국가 공권력이 여지없이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시위대와 공권력의 물리적 충돌로 수십 명의 사람이 다치고, 많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공권력이 수모를 당하는 일은 숱하게 많다. 노사분규가 있는 현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서 안에서도 술에 취한 시민이 경찰관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외국은 어떤가. 언젠가 미국 모 하원의원이 워싱턴 국회 의사당 앞에서 이민법 개정 촉구 시위를 벌이다 도로 불법 점거 혐의로 뒤로 손을 묶인 채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이 보도되는 것을 보았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청장이 국회에 불려나가 사과하고 관련자는 문책을 당했을 것이다. 또 몇 년 전 뉴욕 경찰은 한 호텔에서 종업원을 성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당시 국제통화기금 총재를 비행기안에서 체포한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 경찰이 아직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세계적 거물을 신고만으로 체포할 수 있을까.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의 권위가 없는가.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순사는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타도의 대상이었다. 독립운동가를 잡아 고문하고 강제로 징용자를 모으는 일본 식민통치의 앞잡이였다. 당시 경찰서를 습격하고 순사를 죽인 사람은 오늘날 독립유공자가 되었다. 광복 후에도 이와 같은 이미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공산주의자 처벌을 명목으로 일제강점기의 악명 높은 상당수 순사가 경찰 간부로 채용되었다. 각종 부정선거 등에 경찰이 동원되는 사례도 많았다.

그 후 군사독재 시대에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제기되고, 그때마다 경찰이 시위 진압 등에 동원돼 경찰은 정권의 앞잡이로 인식되곤 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공권력을 무시하는 인식이 형성된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는 일본제국이나 군사독재정부가 아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우리 국민의 민주정부이다. 민주정부의 공권력은 당당히 공무를 집행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 권위주의는 없어져야 하지만 공권력의 권위는 바로 서야 한다.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활발한 소비활동이나 투자활동이 일어날 수 없다. 불법적인 요구에 대해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고 일일이 사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또한 불법이라도 떼를 쓰면 이익을 얻게 되니 무조건 시비부터 거는 사회풍토가 조성된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과 질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유지되면 경제성장률이 1%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법 집행이 엄정해져야 한다.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법은 있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없는 사람에게는 가혹하다’는 인식이 만연되어 있는 한 공권력은 신뢰받지 못한다. 법과 질서, 근본이 바로 서야 경제도 활성화되고 선진사회가 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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