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기후변화시대의 현명한 물 관리
[경일포럼] 기후변화시대의 현명한 물 관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12.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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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차관)
기후변화로 과거와 다른 강우패턴이 나타나면서 물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여름은 장마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더니,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강수량이 감소한 가운데 중·북부와 남부지역 간에 강수량의 격차는 커졌다. 예년 대비 올해 누적 강수량은 서울·경기지역이 고작 51%, 충남은 59%에 그친 반면 전남과 경남은 각각 86%, 84%에 이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가뭄이 이제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충남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현상이 될 수 있고,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 문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실 물 관리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핵심 과제이다. 문명이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나일강, 인더스강, 황하 등 커다란 강의 물을 이용하면서 태동한 이후, 때로는 범람하는 강물과 때로는 용수 부족과 싸우면서 인류의 역사는 발전해 왔다. 고대 중국 우(禹)임금의 물 관리에 관한 고사는 유명하다. 황하의 치수사업을 담당하던 13년 동안 집 앞을 세 번이나 지나갔지만 한 번도 집에 들르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여 이룩한 업적이 대우치수(大禹治水)이다. 우리나라의 물 관리 역사는 끊임없는 가뭄극복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가뭄기록 3173건을 비롯해서 이로 인한 흉년 5948건, 한재(旱災) 1766건, 기근 1657건 등 총 1만2500여건의 가뭄관련 기록이 나온다. 불과 519년 동안 이 정도이니 당시 가뭄은 일상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물 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물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첫째, 가용한 수자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한강과 금강 등 큰 강에 팔당호, 대청호, 충주호 같은 대규모 댐을 지어서 가둔 물을 활용해 왔다면, 이제 지역별로 작은 저수지와 복류수댐, 지하수댐 등 다양한 형태의 물그릇을 많이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대규모 댐의 경우 반대가 심하기 때문에 만들기도 어렵지만, 이번 충남 가뭄처럼 댐물이 없어지면 대안을 찾기도 어려워 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확보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 물 부족 시대에 이미 확보한 물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지금 한 해 6억6000만t의 수돗물이 새고 있다. 팔당댐을 2.6번이나 가득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이다. 비용으로 따져도 한해 5500억 원이 넘는다. 빠른 시일 안에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힘을 모아 낡고 오래된 상수도관을 교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을 아껴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소득에 비해 물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한 사람이 하루 282ℓ를 사용하는데 독일 150ℓ, 스페인 169ℓ 등에 비해 많다.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싼 수도요금도 이유지만, 물을 물 쓰듯 하는 생활습관의 탓도 크다. 샤워시간을 몇 분만 줄이고, 손을 씻거나 양치질 할 때 수돗물을 잠그는 것처럼 작은 물 절약 방법을 실천해보자. 습관이 되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금 당면한 물 관리의 위기상황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수자원과 상수도 투자가 늘면서 물 산업이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위기가 그렇듯이 물 위기의 해결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정연만 (환경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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