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단상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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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한철수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복잡한 세상이다 보니 간결함을 반영하듯 줄여서 X-마스라고 쓴다. 그러나 읽을 땐 크리스마스라고 읽어야 한다. X는 영어 알파벳의 X가 아니라 핼라어로 그리스도(Xristos)의 약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종교를 떠나 모두가 가슴 설렌다. 더구나 언론을 비롯한 사회분위기도 한몫을 하다보니 서울과 지방,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가 어수선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특히 전야제격인 성탄이브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마치 휴일을 앞둔 금요일처럼 모두가 가슴 설레고 귀에 익숙한 음악과 함께 문화동조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 성탄절은 하루의 시작인 24일 저녁부터다. 열사의 나라 중동지역의 중요일과는 낮보다는 해가 지고 난 뒤인 저녁시간부터다. 낮 시간의 무더위 때문에 결혼식이나 모임들을 대부분 저녁에 갖기 때문이다. 농경문화권인 우리가 시간의 시작을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를 자(子)시로 정해 제사도 하루의 첫 시간을 기준으로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성탄절은 24일 저녁부터 25일 저녁까지인 셈이다.

우리는 1949년부터 12월25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이후 비기독교 문화권이면서도 축제분위기의 기세는 서구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갖은 상술이 난무하고 흥청대는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관공서를 비롯해 백화점, 심지어 가정마다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쯤은 예사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종교를 떠나서 말이다.

그러나 진정 아기예수의 탄생과 축복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애초부터 요구하는 게 무리인 세상으로 변질됐다. 사회분위기는 축제이지만 실상은 방종과 흥청으로 놀고 먹고 마시는 분위기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12월 한 달 내내 이어진다는데 있다. 12월로 접어들면서 벌써 송년회는 시작됐고 놀자(?)문화는 연말까지 지속된다. 뉘라서 마음이 들뜨지 않겠는가.

성탄절은 휴일이라는 편안함에다 사실상 연말로 가는 초입이다. 연말은 다가오는 한 해를 설계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어부가 만선을 꿈꾸며 그물을 손질하듯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12월이다. 모두가 축복하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시작으로 그저 의미없이 흥청대는 시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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