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2015, 한 해 정치를 고민한다
[경일시론]2015, 한 해 정치를 고민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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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미래를 바라보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술적인 힘, 다른 하나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행태와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후자가 인과원칙에 대한 절대 신뢰시대에 더욱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인류역사 흥망성쇠 가운데 대제국을 세운 나라들이 있다. 대영제국과 몽골이 그들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과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 영토학자들은 사실적 관계에서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나라로 대략 3670만㎢ 규모의 영토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을 들고 있다. 1차대전 직후 최대 판도를 구가했고, 인도, 캐나다, 아프리카의 3분의 1, 이집트, 버마, 오세아니아 대륙 등을 지배했다. 그 다음이 약 3320만㎢ 규모의 몽고제국이다. 작은 유목민의 나라 몽고가 어떻게 중국 땅에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토를 지배한 대제국이 됐을까 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흥미와 가설적 수준의 추론들이 있다.



다양성 담을 ‘관용’ 준비해 가야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에서 흔히들 ‘관용’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여기서 관용은 이질적인 요소와 사람들이 그 사회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집단에서 출발해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종교, 다른 문화 등 수많은 ‘다름’을 포용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포용 상실, 다시 말해 불관용은 몰락과 쇠퇴의 지름길이다. 즉 특정집단이 특권화되는 경우다. 대영제국과 몽고는 관용을 제도화했다. 관용적 정치제도를 발전시킨 것이다. 몽골은 천호제, 대영제국은 입헌군주제를 만들어냈다. 칭기즈칸의 천호제는 10명을 단위로 10개의 10호를 모아 100호, 다시 1000호를 이루는 제도다. 신분제 사회였던 당시 중세에 칭기즈칸은 이 신분제를 완전히 해체했다. 칭기즈칸은 정복한 사람들을 천호제로 조직했다. 이 제도는 칭기즈칸에게 싸울수록 군사가 늘어나는 요술방망이였다. 유목민이었던 몽골 사람들은 글도 못 읽었을 정도로 재주가 없었지만 기술과 지식을 가진 중국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활용했기 때문에 패권을 쥘 수 있었다.

우리 정치가 성숙하지 못한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우리 정치가 다양성을 담을 ‘포용’이 준비돼 있는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정권을 빼앗아 오겠다’거나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는 주류의 주장에서 보듯이 편협하게 정치를 이끌고 있는 정치의 후진성은 우리 공동체가 역사 이래 지금까지 900회가 넘는 외침을 받은 상처투성이 국가라는 사실을 또다시 잊고 있다. 정치는 가치실현의 문제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목적과 기능에 대한 주문이 많다. 그러나 정치가 찾아나가야 하는 최고 정점에 위치하는 것은 지금 말하고 있는 이러한 관용의 문제다. 로마는 이민족들이 로마제국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탁월했다. 이것은 우리 정치도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내에서 다양한 동기부여와 실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사회를 역동적이게 만드는데서 정치의 건설적 역할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큰 설계와 동력 추출해 내야

정치는 국가 공동체 건설과 직결되는 과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 정치인 누구의 탈당과 누구와의 연대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큰 설계와 동력 추출을 위한 관용적 정치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정치가 불관용에 몰두하면 모두의 삶이 피폐해지고 고달파진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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