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의 숨바꼭질
성범죄와의 숨바꼭질
  • 김귀현
  • 승인 2015.12.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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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 기자
김귀현기자
두 차례 성매매 관련 취재를 하면서 음란사이트의 속을 들여다봐야 했다. 별개의 사이트들이었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사이트의 구성이 베낀 듯 비슷했다. 국내 최대 규모 음란사이트인 S의 구성을 답습한 탓이었다. 두 번째로는 사이트 내에서 골뱅이, 초대남 등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각각 약물 또는 알콜로 인해 인사불성 상태인 여성, 강간 범죄 가담자를 뜻하는 용어다. 사이트 내부에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사이트 S는 운영 16년이 된 올해에서야 철퇴를 맞게 됐다.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가 논란이 된 뒤다. 리벤지포르노란 당사자의 동의 또는 인지 없이 보복을 위해 배포되는 음란 촬영물이다. 도내 지역명을 달고 돌아다니는 리벤지 포르노도 셀 수 없을 정도다. 누리꾼들은 기관보다 먼저 리벤지 포르노를 신고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이들이 만든 사이트 폐지 청원에는 7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서명을 보탰다. 파급력은 대단했다. 지난달 국회 질의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이 “미국 당국과 협의를 통해 사이트 폐쇄 조치를 검토·추진하고 있다”고 답변할 정도였다.

답변에 고개를 끄덕인 것도 잠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취재하는 동안 일상과 범죄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꼈다. 취재 하루 동안 지역 남성에게 받은 성매매 회유 쪽지만 100건 이상이었다. 하지만 올해 도내 모바일 앱을 이용한 미성년자 성매매 적발 건수를 문의했을 당시 답변은 0건이었다.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용돈으로 학생들을 꼬여내던, 리벤지 포르노를 찍었던 범죄자들의 꼬리는 잡지 못했던 걸까, 않았던 걸까.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부른 음란사이트와 성매매는 정말 잡을 수 없었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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