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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33>백암산동해를 마주한 것도 잠시 바람이 등을 떠민다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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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9  15: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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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무둥치에 달라붙어 서릿발처럼 자라고 있는 모습. 메인


쌍계루 반영과 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 그 고찰을 품고 있는 백암산은 내장산권역 전북 정읍 신정동에 있다. 이와 쌍벽의 명성을 지닌 백암산은 동해안 울진에 있다.

내장산의 백암산(741m)보다 조금 더 높은 1004m로, 천사의 산이라고도 부른다. ‘흰 바위산’이란 뜻을 갖고 있으나 정상이 하얗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부조화이다. 다만 멀리서 보면 서남쪽 정상부가 하얗게 보이고 산 6부, 8부 능선에도 백색의 돌이 쏙쏙 박혀 있다.

특히 이 산은 동해가 아주 가까워 새해 첫날 불끈 솟아오르는 일출의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다 유명세를 탄 것은 온천 때문이다. 화살을 맞아 부상당한 사슴이 사냥꾼에게 쫓기다 이 산기슭 어느 곳에 누워 몸을 가누고 있었는데, 다가가보니 거기에 온천이 솟고 있었다. 훗날 백암사 승려가 동물이 본능적으로 찾아낸 약수임을 알아채고 욕탕(浴湯)을 지어 병든 사람을 낳게 했다. 신라 때 일이라 한다.

온정리 지명도 재미있다. 잘 알려진 대로 온양, 온연 등 지명에 한자 온(溫)자가 들어 있으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통설이 있는 것처럼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처음부터 온정리는 아니었고 1914년에 온정이란 지명을 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라 혹은 고려 때부터 따뜻한 물이 나왔다는 전설로 미뤄, 순서는 온수가 먼저이고 지명이 뒤에 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 1913년 이후부터 자연적으로 용출된 온천수를 활용해 시설을 갖췄고 1970년대 말 동해안로가 개통되면서 1979년 국민 관광지인 종합온천장이 됐다.

▲등산로는 백암태백호텔→산불감시초소→ 구급대·산불진화용물통 갈림길→천냥묘→흰바위 갈림길→백암산정상→백암폭포→백암폭포갈림길→백암태백호텔 원점회귀. 10.4km, 휴식포함 6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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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백암산 금강송


▲오전 10시, 산불감시초소에서 감시원이 나왔다. 동해에서 불어 닥친 바람이 날카로워 초소 안에서 등산객 인적사항을 받을 만도 했으나 굳이 그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 뒤 감시원은 하산할 때 백암폭포 기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지지 말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이어지는 솔밭 넓은 길은 백암온천지구에 온 휴양객들이 은은하게 퍼지는 솔향기를 맡으며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채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길이다.

정상까지 4.68km를 가리키는 작은 표지석 앞을 지나 10여분을 걸었을까. 구급대와 산불진화용 물통이 비치된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이 백암폭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이며 오른쪽은 천냥묘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이곳을 기준으로 좌우 어느 곳을 택하더라도 원점회귀할 수 있다.

오전 10시 50분, 언덕에 ‘천냥묘’라는 이름을 가진 2기의 김씨 무덤이 등장한다. 천냥묘 사연은 이렇다. 옛날 김씨 집안에 천씨 성을 가진 머슴이 있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실 자리가 마땅찮아 별 수 없이 산속에 묘를 썼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하게도 천씨 머슴이 하는 일마다 잘되었다. 주인 김씨가 지관을 불러 묘의 형세를 보니 명당이어서 천씨를 설득해 천냥을 주고 묘 자리를 샀다고 한다. 훗날 김씨와 천씨 중 누가 부귀영화를 누렸는지 알수 없으나 2기의 무덤은 아직 남아 있다.

이어 오른쪽 산기슭에 기도처로 보이는 암굴을 지나고 11시께, 흰바위 갈림길이다. 거리표시가 없어 무시하고 지나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흰바위는 백암폭포쪽으로 하산할 때 새터 바위에서 조망할 수 있다.

산 곳곳에 깊게 상처가 난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전쟁물자로 사용할 송진을 수탈하기 위해 금강송을 톱으로 훼손한 자국이다. 이런 행위는 우리나라 전역에 오랫동안 진행돼 수천그루가 죽거나 훼손됐다. 작금 금수강산에 저지른 그들의 만행을 증언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금강송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고유의 붉은 빛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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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송진수탈 흔적이 남은 금강송


‘한중희 증조모 묘소 입구’라는 붉은 이정표를 스쳐 지나면 이곳에서부터 한참동안 된비알이다. 눈은 더 쌓였고 워낙 경사가 커 갈지자 굽이길인데 등산로도 일명 ‘99굽이길’이다. 한중희는 조선후기 문신.

오전 11시 50분, 굽이길이 끝나면 합수곡에서 올라온 갈림길을 만난다. 이즈음 등산로는 완만하게 정상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발목까지 차오르던 눈은 고도가 높아질 수록 무릎까지 침범한다. 스패츠를 차야만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있다.

백암산 북사면에 쌓인 눈을 강한 바람이 몰고 올라와 맞은편에다 쏟아 놓았다. 눈이 나무둥치에 달라붙어 서릿발처럼 자라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때문에 등산로는 사라져버렸고 가시덤불을 헤쳐가거나 아니면 무릎까지 빠지는 길을 택해야했다. 나뭇가지에 부딪치며 쇳소리를 내는 바람, 구름을 휘달리게 하는 천둥같은 바람, 그야말로 한겨울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런데 눈밭의 센바람에 중에 있어도 등줄기는 축축해진다

낮 12시 40분, 정상 바로 아래 통신시설이 있는 안부에 눈을 정리하고 앉아 차갑고 시린 점심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한시간 후 정상에 올라선다. 동쪽에 검푸른 대양 동해가 보인다.

넓은 헬기장 정상은 새해 동해에서 떠오르는 웅혼한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면 영양 일월산과 이어지는 산 너울, 고산준령, 남으로 영덕의 풍력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마저도 날려버릴 것 같은 기세에 찬 흙바람이 잠시도 취재팀을 서 있게 허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잔뜩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린 채 엉금엉금 기어서 관목지대 안부에 몸을 피할 수밖에 없는 노릇.

겨우 바람을 피했더니 이번에는 악령의 목구녕인 양 심해의 아귀처럼 입을 벌린 천 길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술 취한 사람처럼 흔들리는 몸을 가눈 뒤에야 희멀건한 바닥돌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이산이 하얗게 보이게 한다는 흰바위다. 백암산으로 불리게 된 사연이 있는 곳이다. 바윗길로 난 등산로가 칼날처럼 삐죽삐죽하고 성글어 위태롭기 그지없다. 주행에 매우 주의해야 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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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무둥치에 달라붙어 서릿발처럼 자라고 있는 모습.


바위지대를 내러 선 뒤 육산의 안부를 지나면 오후 2시 40분, 성의 흔적이 선명한 백암산성을 만난다. 해발 665∼880m에 위치한 길이 1617m짜리 석성인데 산세를 따라 자잘한 바위로를 쌓았다. 문헌에는 신라 때 구대림과 황락장군이 축조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때 신라왕이 왜란을 피해 머물렀으며 고려 공민왕도 잠시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산성길을 따라 5분거리에 있는 무덤 앞 갈림길에서 주의해야 한다. 직진하면 원점회귀하지 못하고 엉뚱한 마을로 내려가기 때문에 산불감시원의 안내대로 무덤 뒤 왼쪽 작은 능선을 넘었다가 내려가야 한다.

오후 3시 24분, 새가 사는 곳이라고 돼 있는 새터바위. 올라서면 맞은편 백암산의 강인함과 활력이 넘치는 금강송 군락과 흰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고도를 한껏 낮추면 물소리가 장쾌하게 들려오는 폭포가 얼굴을 내민다.

해발 400m에 위치한 높이 30m짜리 2단폭포이다. 봄 여름에는 우렁차게 흐르다가도 겨울에는 빙폭으로 변한다. 흘러내린 폭포수를 손에 떠서 마시면 뱃속까지 전달되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솔향기 나는 나들이 길에 다달았을 때 땅거미가 내리는 백암온천지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 서거정은 이 온천을 노래했다. ‘여섯자라 기운차게 산을 들어올리고/ 아홉용이 우물 지켜 수원이 신령스럽네/ 더운 샘물 따뜻하여 훈훈하기 봄 같은데/ 귀신이 호위하듯 티끌기운 없도다/ 듣는 말엔 한 움큼 물로도 오랜 병이 낫고/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신선이 된다하네/ 지금 시와 술이 고질이 든 이내 몸 한번 가서 쾌히 씻어 버리려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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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백암산 금강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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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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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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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사이로 폭포수가 흐르는 백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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