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혼용무도로 응답하는 2015년
[경일포럼] 혼용무도로 응답하는 2015년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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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교수신문은 2015년 한 해를 혼용무도(昏庸無道)로 요약했다. 교수들이 매년 연말에 내놓고 있는 사자성어 중 가장 신랄하고도 을미년을 압축한 촌철(寸鐵)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인 혼군(昏君)은 판단력이 흐리고 어리석은 리더이며 용군(庸君)은 행동력이 떨어지는 못난 지도자이다. 그리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나타내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따온 말이다. 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대통령에게 날린 직격탄인 것이다.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외쳐 왔으나 오히려 법과 원칙을 파기하고 있음을 지적한 살인적 일침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에 대한 독설이다.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진정 국민을 위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며, 알량한 권력만 있으면 이를 마음껏 휘두를 생각만 하고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하는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지도층이 이런 지경에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는 어떠한가. ‘청년실신’이나 ‘열정 페이’라는 자조적인 신조어를 반영한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도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기에 2002년 카드대란과 2006년 집값폭등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1200조에 달해 전체가구 중 64.3%가 빚을 안고 있으며, 가구당 평균 9614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부채는 작년 말 현재 95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64.5%이며, 공공부문 부채와 가계부채를 합한 규모는 2157조원으로 이는 2015년도 정부예산 375조원의 5.7배 수준이다.

청년실업의 만연과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과 가계부채의 급증, 그리고 장기침체의 해결책은 경제성장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 경제를 살릴 방법은 구조개혁뿐이다. 그러나 사회시스템은 구조개혁과는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 노동·공공·교육·금융으로 대변되는 4대 구조개혁은 절박한 우리경제를 살릴 필요조건이자 미래를 위한 충분조건이다. 이러한 구조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시스템 운용의 난맥상이다. 그렇게 절박하게 구조개혁을 외치는 대통령은 국민과 진실한 사람(?)에게만 호소하였지 이를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야당 지도자들과 흉금을 털어놓은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는가. 여당의 지도층은 국회선진화법의 핑계만 들었지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했다 할 수 있는가. 반면 야당은 정치투쟁에만 골몰한 나머지 반대를 위한 반대와 발목잡기를 위한 비판 이외에 무엇을 했으며, 지방자치단체장은 포퓰리즘에 휩싸여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표밭관리에만 혼신하고 있다. 그리고 거대 귀족노조들은 자신들의 철밥통을 굳건히 지키는데만 전력을 쏟았지 비정규직 노동현장의 부조리한 현실을 보듬으며 이들을 위한 개혁에 얼마나 앞장섰다 할 수 있는가. 어느 하나 난맥상이 아닌 것이 없다.

2015년의 우리사회는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운 한 해였다. 논어에 자신의 직분에 충실함을 일컬어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한다. 2016년엔 교수신문의 지적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 모든 사회지도자가 당파적 사익보다 사회적 공익을 위하여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여 혼용무도의 세상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4·13총선에서 나타날 표심의 중요성도 국민 모두는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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