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두물머리 느티나무
남한강 북한강 만나
하나로 흐르듯 흐르고 싶어
무성한 그리움으로 두 손 맞잡았지만
너는 나에게로 오는 길을 모르고
-김인애(시인)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의 두물머리는 ‘양수리(兩水里)’의 우리말이다. 너를 향한 그리움 하나로 400년이란 긴 세월 두물머리에서 살아온 느티나무는 사계절 변모하는 풍광이 유독 아름다워 많은 이들을 양평으로 부르고 있다.
언뜻 읽으면 그리움을 소재로 한 연시 같으나 또 다른 여러 해석으로 다가오는 디카시다. 그리움이 묵어 병이 된 지 오래된 너와 나. 서로에게 가는 방법을 모를 리 있겠나마는 때론 이처럼 그리워하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어쩌면 너와 내가 영원토록 함께일 수 있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리운 이여, 우리 그저 어느 호숫가의 새벽 물안개 마주보며 한평생 이대로만 흐르자. 잡은 두 손 놓지만 않는다면, 족하지 아니한가.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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