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드라마
쇼와 드라마
  • 경남일보
  • 승인 2015.12.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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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래 (김해문화의전당 경영홍보팀장)
조옥래
정치는 쇼다.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는, 정치인이 갖는 이미지 때문에 흔히들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속뜻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하는 모습이 마치 드라마 주인공에 못지않다 해서 정치인생을 그렇게도 부릅니다. 쇼와 드라마, 둘은 무슨 차이를 지닐까요? 둘의 비교를 통해 선거운동의 본질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구성이 다릅니다. 드라마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야 재미가 있습니다. 위기를 이기면 다른 위기가, 또 이기면 또 다른 위기가 이어집니다. 주인공이 모든 위기를 이겨내고 악당을 무찌르면 스토리가 끝납니다.

반면, 쇼는 위기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휘저어 다니며 인기를 만끽합니다. 관객들이 “좀 더 봤으면”하고 아쉬워할 즈음 막을 내려 버립니다. 관객들은 앙코르를 연호합니다. 함성이 극장 안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주인공의 컴백을 호소합니다.

둘째, 보는 이의 반응이 다릅니다. 드라마 시청자들은 극 전개가 재미없다 싶으면 딴 채널로 돌리기 일쑤입니다. 악당이 맥없이 당하기만 하면 심지어 악당이 이기길 바랄 때도 있습니다. 그래야 재미있어지니까요. 시청자 마음은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반면, 쇼를 보는 관객은 초지일관 한 자리에 꼭 붙어 주인공을 응원하고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행여 쇼에 방해될까, 미동도 않고 눈꺼풀만 깜빡일 때도 있습니다. 관객의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셋째, 시간(런닝타임)이 다릅니다. 쇼는 길어야 3시간, 대개는 1시간 정도로 끝납니다. 반면, 드라마는 짧으면 1회에서 길게는 2년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이 차이가 앞의 두 가지, 구성과 보는 이의 마음 차이까지 만들어냅니다.

짧은 순간에 관객을 사로잡아 한결같은 열성을 이끌어내는 쇼와 장시간 인생역정을 다 보여주지만 변덕쟁이 시청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드라마. 과연 어떤 게 효과적일까요?

선택은 후보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진면모를 감추고 단기간에 쇼를 행한 후보가 큰 선거에서 당선한 전례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해서, 큰 선거일수록 잠룡들은 일찍 두각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정치는 쇼라는 말, 이면엔 선거운동의 무서운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2016년, 총선의 해를 맞아 시민들도 후보자들만큼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조옥래 (김해문화의전당 경영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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