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으로 변신한 하얼빈 '빙등제'
'겨울왕국'으로 변신한 하얼빈 '빙등제'
  • 연합뉴스
  • 승인 2016.01.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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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킨 발상의 전환”
“눈과 얼음으로 엄청난 크기로 집을 짓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놀이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여기 오니 어린아이 마냥 신이 납니다.”

 캐나다 퀘벡의 겨울축제, 일폰 삿포로(札幌)의 눈 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중국 하얼빈(哈爾濱) 국제 빙등제’ 행사가 5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 시 일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하얼빈 국제 빙등제는 하얼빈의 젖줄인 쑹화(松花) 강에 위치한 타이양다오(太陽島)공원과 인근 도심의 자오린(兆麟)공원의 총 30만㎡ 면적에서 펼쳐진다.

 쑹화강의 얼음과 지역에 내린 눈을 이용해 만든 조각들이 다채로운 색상의 조명과 어우러져 동화 속 장면을 방불케 하는 행사다.

 이날 오후 타이양다오 공원의 쉐보후이(雪博會) 행사장에서는 각국의 유명 건축물이나 매스미디어의 캐릭터를 본떠 만든 정교한 대형 눈 조각과 얼음 건축물들로 빼곡했다.

 관람객들은 최저기온 영하 20도에 세찬 바람이 부는 강추위에도 이랑곳하지 않고 눈과 얼음이 빚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 홍콩에서 왔다는 천차오룽(陳超榮·46)씨는 “하얼빈 빙등제의 명성을 예전부터 듣고 벼르던 차에 친구 3명과 함께 오게 됐다”며 “듣던 대로 눈과 얼음을 이용해 만든 건물과 조각상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특히 러시아 귀족의 저택을 본뜬 높이 20m의 대형 눈조각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어린이들은 디즈니랜드의 성처럼 뾰죽한 지붕이 있는 대형 얼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대는 모습이었다.

 중국 남쪽 지방 구이저우(貴州)에서 온 렁샤오리(冷小麗·여·26)씨는 “이름에 ‘차다’(冷)는 글자가 들었지만 내가 사는 고장은 사철 상온의 날씨라 추위를 실감하기 어려웠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큰 마음 먹고 하얼빈에 왔는데 난생 처음 보는 얼음조각이 가득해 즐겁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쑹화강에선 겨울철 진기한 행사인 ‘겨울수영’(冬泳)이 올해도 어김없이 개최됐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2m가량 얼어붙은 쑹화강 얼음을 깨고 30m짜리 수영코스를 만들어 수영대회를 여는데 헤이룽장성 등 동북3성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약 200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참가선수들이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개막행사에 이어 하얼빈 시장의 개막선언, 선수대표 선서에 이어 곧바로 경기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영하 20도에 이르는 맹추위 속에 수영복 한 장만을 입은 채 차가운 강물로 이뤄진 수영코스로 몸을 날렸다.

 차가운 얼음으로 만든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일반 대회처럼 멋진 입수는 불가능했으나 선수들은 강물을 힘차게 가르며 완주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4일 밤 야간개장한 자오린공원은 일제 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안 의사의 친필 비문이 있을 뿐 아니라 안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일제에 의해 사형집행되기 직전 남긴 유언에서 자신의 시신을 묻어달라고 부탁했던 장소이다.

 본격적인 개막일 전날 이곳에서도 휘황찬란한 빙등제가 펼쳐졌다. 중국의 항일영웅 리자오린(李兆麟)을 기리는 곳이기도 하다.

 하얼빈 빙등제가 처음 시작된 현장으로 지금도 접근성이 좋아 빙등제 일부를 자오린 공원에 유치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온 관광객 두리리(杜麗麗·여·43)씨는 “하얼빈에 온 김에 난생 처음 빙등제 행사장을 찾았는데 얼음을 잘라 멋진 건물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아 감탄했다”며 “추위를 관광자원으로 만든 발상의 전환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공원 인근에 위치한 하얼빈의 번화가 중양다제에도 경관조명이 설치돼 북방의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하얼빈시 신문판공실 관계자는 “올해 기온이 예년에 비해 높아 관광객 감소가 예상됐으나 행사준비 막판에 눈이 많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 국내외 관광객 100만명 동원은 충분하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얼빈 빙등제는 2월 5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5일(현지시간) ‘하얼빈 국제빙설제’ 개막을 알리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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