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8)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8)
  • 경남일보
  • 승인 2016.0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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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2015년 남강문학회에서 만난 문학인들(8)
박준영 시인은 1968년 11월 중앙일보 동양방송에 입사하여 PD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입사 첫날 기자를 원한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처음에 그는 편성부 T.V 녹화 현장 기록자 역할을 했다. 스튜디오가 두 개뿐이라 프로그램 진행이 힘들었을 때였으므로 감독 출근 시간, 세트 완료시간, 리허셜 시간, 녹화 시작 시간을 기록하고 담당자들이 늦으면 보고하고 또 독촉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곧 이어 그는 영화부에 배치되었다. 영화부에서는 일본 대만 등 동남아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들 헌 필름을 활용했으므로 필름을 닦는 약품을 바르고 3,4번씩 닦아내야 쓸 수가 있었다. 닦을 때 나는 약냄새가 독했다. 그런 단순노동을 1년간 해냈다. 너무 힘이 들어서 기자로 가고 싶다고 인사부장에게 청했다. 그랬더니 “맡은 바 일이나 열심히 하시오.”하고 나가라는 눈짓을 해보였다. 사표를 낼까 생각하며 사옥에서 밖으로 내려다보는데 가을 단풍이 보도에 자욱이 깔려 있어 스산한 감정이 되었고, 그때 청소부들이 열심히 길을 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하, 저분들이 낙엽을 쓸지 않는다면 비 내리거나 아침 이슬에 젖은 잎들에 행인들이 미끄러지기 십상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내가 하는 이 단순노동을 통해 양질에 가까운 필름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러 “열심히 닦자.” 내 역할이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그는 <서울의 성곽>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조수로 참가했는데 일이 생겨 그가 책임을 지고 그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다. 그는 밤에 남아서 연구를 하고 낮에도 순간을 허비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완결성을 위한 목표에 매달렸다.

다시 1년이 지났다. 인사부장이 불러 그에게 “아직 기자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좀더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이 말은 이제 비로소 방송국 PD에 맛들이기 시작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 무렵 담당부장이 미국 지사장으로 가게 되어 박준영은 차장으로서 영화부장 일을 도맡게 되었다. 당시 영화로 <보난자>, <도망자>, <형사 콜롬보> 등이 인기를 끌게 된 품목이었다. 그는 이로 만족하지 않고 선호도나 감독, 배우 등에 대한 현장 설문조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방송에서 내보내는 영화 프로그램의 적정성에 일가견을 갖게 되었고 그로 하여 그는 TBC 영화를 시청률 최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후 그는 통폐합된 KBS에서 영화부장 겸 편성부국장을 시작으로 방송운용국장, 정책개발 담당국장, 텔레비전본부 텔레비전 편성국장, 본부장 직무대리 및 본부장, 영상사업단 대표이사 사장, 대구방송 대표이사 사장, SBS전무이사, 중견방송인 여의도 클럽 회장,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국악방송 등 방송계의 주류가 되었다.

박준영 시인은 이러는 동안 서강대, 계명대, 중앙대, 고려대, 건국대, 국민대 등에서 편성론 등의 방송 전반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강의했다. 포상으로는 제10회 아시안게임 유공 체육포상을 받았고 사회발전 유공 국민훈장 석류장, 97 중앙언론문화상 방송부문 수상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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