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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고성 상족암 비치로드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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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1  21: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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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부터 작업한 가리비 껍질을 쌓아놓은 풍경
   
▲ 그림처럼 펼쳐진 바닷가에 설치해 놓은 나무데크


걷다보면 진정 행복한 삶이구나 느껴

꺾이고 휜 길이 더 아름답다.
해안선을 따라 난 길들은 곧게 뻗은 곳보다는 휘어져 있거나 꺾여 있는 곳이 더 많다. 그 휘어지고 꺾인 길 모퉁이엔 마을이 있고, 마을마다 낡고 오래된 삶이 자리잡고 있다. 그 낡고 오래된 삶에는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나무, 장승, 손바닥만한 들녘, 야트막한 산, 사철 물이 흐르는 개울, 갯내음이 향긋하게 넘실대는 바다, 그 바다에서 파돗살처럼 퍼덕이는 어부의 건강한 삶이 있다. 인간의 삶이 고속도로처럼 쭉 곧게 뻗은 채 뜻대로 잘 이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고속도로처럼 순탄하게 펼쳐져 있는 인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길처럼 휘고 꺾여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그 순간순간은 몹시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휘어진 삶을 곧게 펴고, 꺾인 길을 바로잡아 나갈 때 우리는 고통이나 아픔보다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꺾이고 휜 길, 그것이 풍경일 때는 아름답지만 그것이 삶일 때는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몹시 힘들고 큰 아픔이다. 휘어지고 꺾인 삶을 하나의 풍경으로 바꿔 놓는 작업, 그것이 곧 치유의 길이라 생각한다.

이번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4’는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해안선을 따라 난 굴곡진 길을 걸으면서 모퉁이마다 배어있는 사람들의 삶의 속살인 희로애락을 만나보고, 탐방객 또한 그 정서에 젖어들 때 우리들의 삶의 무늬가 진정 아름답게 채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머금고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에서 하일면 동화리 소을비포성지까지 펼쳐진 총 길이 13㎞ 정도의 비치로드(공룡마을 둘레길) 걷기 힐링을 하고 왔다.

고성 비치로드 탐방 코스는 소을비포성에서 출발해 상족암까지 걷는 코스가 있고, 반대로 상족암에서 출발해서 소을비포성까지 걷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상족암 비치로드 둘레길은 떠나기에 앞서 물때를 알아보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물이 빠져나갔을 때라야 상족암 앞에 펼쳐진 운동장바위에 새겨진 공룡발자국과 상족암 바위 하부의 해식동굴과 그 속에 숨겨진 선녀탕, 코끼리바위 등을 볼 수 있고, 상족암 둘레길도 제대로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공룡박물관은 고성지역에 서식했다는 이구아노돈의 몸체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신기해하는 눈치다. 지하1층, 지상3층으로 되어 있으며 공룡화석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시루떡을 포개놓은 듯한 상족암의 비경

암벽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밥상다리를 닮았다고 하여 상족암(床足巖)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상족암 앞에 운동장처럼 넓게 펼쳐져 있는 암반층에는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공룡발자국 화석 100여 개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이곳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던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 위로 퇴적층이 쌓이면서 암석으로 굳어졌다가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의해 이 퇴적층이 침식되어 공룡발자국이 드러난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족암의 기이하게 생긴 모습도 절경이지만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드넓은 암반과 옥색 바다가 조화를 이룬 경계를 보면 속이 확 트이는 느낌을 탐방객들에게 선물해 준다. 고서(古書) 수만 권을 쌓아 놓은 듯한 상족암과 건너편 펼쳐진 화려한 병풍바위의 주상절리, 바다 건너 보이는 사량섬과 동백섬이 상족암 비치로드에 펼쳐진 풍경 중에 가장 절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어촌마을 사람들이 물메기를 건조시키고 있는 풍경


◇아름다운 항구로 재탄생한 맥전포항

맥전포항의 순환로를 따라가 보면 음악분수대와 노래탑, 거북선 모형 놀이터, 해상관찰대 등을 볼 수 있다. 정부의 ‘어촌어항 복합공간 조성사업’ 일환으로 국비 등 150억원을 투자하여 완성한 맥전포항 공원, 모든 게 새로워진 모습이다. 하절기인 5월부터 10월까지 저녁 무렵 두 시간 정도 음악분수가 가동된다고 하는데, 두 개의 방파제와 어우러져 아주 멋진 풍경을 이룬다. 인간과 자연이 만나서 만들어낸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맥전포항이다.

동화마을을 지나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함대를 이끌고 제1차 출진을 할 때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갔다고 하는 소을비포성지에 닿는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39호로 지정돼 있는 이 성터는 약 4m 높이의 성벽이 200m가량 둘러쳐 있고 성 내부에는 관아터의 주춧돌 등이 남아있는데, 소규모 군사들이 체류하던 군사용 성곽으로 보인다. 만 안쪽에 숨어 있는 까닭에 태풍과 적군의 감시로부터 배를 피신시켜 정박할 수 있고 왜구의 노략질이 심하던 시기 먼 바다까지 볼 수 있는 좌이산 정상 봉수대에서 피운 봉화를 신호 삼아 군함을 출동시킬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이 조성돼 있던 곳이다.

◇아름다운 복지를 꿈꾸며

비치로드 코스엔 입암마을, 용암포, 장춘, 맥전포, 동화마을 등 수많은 어촌 마을을 경유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절경을 눈에 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휘어지고 꺾인 해안선 모퉁이마다 옹기종기 앉은 마을들이 들려주는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걷기힐링의 품격을 높이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촌 마을 앞 방파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을부터 작업을 한 흔적이 가리비 껍질로 쌓여 있는 풍경과 틈틈이 물메기를 손질해서 말리고 있는 풍경이 눈에 띈다. 그 모습이 탐방객들에겐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으로 다가오지만 어촌에서 실제로 생계를 이어가는 연세 높은 어민들에겐 엄청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힘들게 일한 어민들이 거기에 걸맞은 보상과 보람을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어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게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현실적 고통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보람과 긍지가 스민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비로소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촌 마을 사람들에겐 현실이고 탐방객들에겐 풍경인 해안길, 그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낸 자리에다 바닷가 마을의 풍경을 이식시켜 그 삶이 보다 여유로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지사회를 이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절경 이면에 힘들게 살아가는 어민들의 속살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인가를 생각하게 한 하루였다. 바닷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환호를 보내고, 어민들의 힘든 삶 앞에서 경건한 마음을 갖는 것 또한 아름다운 힐링을 하는 길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박종현(시인)

 
시루떡을 포개놓은 듯한 상족암 모습
시루떡을 포개놓은 듯한 상족암 모습
상족암 앞에 운동장처럼 펼쳐진 바위에 새겨진 공룡발자국
상족암 앞에 운동장처럼 펼쳐진 바위에 새겨진 공룡발자국

상족암에서 소을비포성지까지의 비치로드
상족암에서 소을비포성지까지의 비치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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