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피뢰침
외발로 버티는 세상
언제쯤일까
참으로 언제쯤일까
시퍼런 한 줄기 말씀에 온몸 태워
닫았던 목 열고 통곡할 수 있는 그날은
-주강홍(시인)
내리치는 번개를 온몸으로 받아 주변의 안전을 지켜내는 저 거대한 금속바늘. 삶 속에서 그가 부여받은 역할이 이와 같았단 말인가. 외발로 버텨야만 하는 세상임을 고백하는 말 속에 왠지 시인의 파란만장했을 법한 삶의 파장이 전해진다.
그런 그가 최근 등단 12년 만에 생애 첫 시집 ‘망치가 못을 그리워할 때’를 출간했다. 모은 시편에는 지독한 외로움을 달랜 한 영혼의 다채로운 사유가 기록되어 있으리라. 시인에게 시란, 자기 구원을 위한 글쓰기라서 이처럼 세상을 건너는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방책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와중 아직 써지지 않은 가장 잘 쓴 시 한 편을 위해 절규하는 전면적 투신을 보라. 시인이여! 시인들이여! 부디 그 날에 당도하기를./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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