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올해의 사자성어가 주는 교훈
[아침논단] 올해의 사자성어가 주는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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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새해 첫 달의 중순 즈음에 접어든 시점에서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이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혼용무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촌철살인의 사자성어로 표현함으로써 많은 공감을 얻어왔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는 연초에 ‘희망의 사자성어’를 제시하면서 새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연초에 제시하는 ‘희망의 사자성어’와는 다르게 연말의 사자성어는 언제나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연초의 사자성어는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의 ‘정본청원(正本淸源)’이었으나, 연말의 사자성어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의미의 ‘혼용무도’가 선정되었다.

원래 ‘혼용무도’라는 사자성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사와 사자성어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글자로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온통 어지럽다는 의미이다. 이를 두고 굳이 ‘혼용’이라는 문구를 두어 한 나라의 모든 문제가 마치 군주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과 함께 오히려 자신의 잣대에서 비판만을 일삼는 교수사회의 전형적인 ‘선비질’이라고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2014년의 세월호 사건에 이어 2015년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의 훼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혼란스러웠던 한 해의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라면 크게 틀린 것도 없다.

교수들이 뽑은 ‘혼용무도’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이나 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들이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대학에서조차 ‘혼용무도’의 상황이 전개되었음을 역설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학과 관련해서는 교육부가 무리하게 대학총장공모제를 추진하고서도 정작 공모제를 통하여 선출된 총장임용후보자에 대하여 수차례 임용을 거부한 일이 있었고, 부산대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주장하며 목숨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총장공모제의 시행을 대학구조개혁이나 특성화 사업 등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키고, 기성회계의 폐지와 함께 기성회계에서 지급되었던 연구비와 학생지도비 등을 반납해야 하는 등 대학의 가치와 대학구성원들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된 한 해였다. 교수사회에도 표지갈이를 통한 연구부정행위가 다수 적발되었고, 여전히 교수 본연의 업무인 교육과 연구보다는 정치권에 관심을 더 가지는 교수들도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교수들에게 허탈감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귀결되는 책임을 그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하는 이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러한 비판을 통하여 지난 해의 일을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여 발전과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올해 교수신문이 뽑은 희망의 메시지는 ‘곶 됴쿄 여름 하나니’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상황이 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가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 자신의 임무를 다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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