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아이디어도 저작권이다
공모아이디어도 저작권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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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래 (가야테마파크 기획운영팀장)
조옥래
요즘 한 일일드라마의 소재는 여주인공이 전통주 비법을 외부에 팔았다는 의혹입니다. 특별감사가 실시되는 등 온 회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해엔 유명 소설가의 표절시비도 있었습니다.

도둑질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입니다. 남의 것을 훔치지 않아서 내가 굶어 죽을 판이면 도덕이나 죄형에 관계없이 누구든 훔칩니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우리도 선진기술을 훔쳐 짝퉁 제품을 만들고 헐값에 해외에 팔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도 세계 수위를 다투는 기술들을 상당수 보유하다 보니 법제를 바꿨습니다. 남의 저작권이며 아이디어를 사용할 경우엔 적정한 보상을 하도록 명시한 것입니다. 삼성이 폰 하나 팔면 외국기업이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기업은 이렇듯 아이디어 보호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관청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상황은 다릅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한탄 섞인 사연들이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탈락한 A는 “담당자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이 공표되지 않은 내 아이디어를 아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채용공모에서 탈락한 B는 “사람은 떨어뜨리고선 직무계획서에 제시한 시책들을 관에서 시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했다.”고 말했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진 C는 “면접장에선 무수히 면박을 주고서 결국엔 내 아이디어를 채택했더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에 대해 ‘재수 없는 개인사’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적 과제인 창조경제와의 연관선상에서 놓고 보면 파장이 간단치 않습니다.

창조경제는 관을 매개로 시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사업화하고 그것을 경제발전의 모멘텀으로 삼는 게 핵심인데, 그 첫 단추부터 내 권리를 다른 사람이 가로챌 수 있다면 어느 누가 국가발전에 긴요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겠습니까.

더욱이, 이런 절도 행각을 관이 나서서 쉬쉬 한다면 사회정의의 실종이며 장차 야기될 국가신인도 하락은 또 어쩐단 말입니까. 남의 아이디어로 출세하고 돈 벌고 권력을 잡는 게 다반사가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인재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공공의 정당한 보상과 합당한 대우,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창조경제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조옥래 (가야테마파크 기획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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