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아련한 추억3
사랑의 아련한 추억3
  • 경남일보
  • 승인 2016.01.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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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화가·송아미술음악영재교육원 원장)
정현숙
물감으로 맺어진 인연

최근 부쩍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 특히 비발디의 사계를 듣는 것은 이제는 일상이 됐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들으며 지나간 아련한 사랑의 추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지난 12월 말, 순천 선암사로 1박 2일 겨울여행을 떠났다.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참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였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서고 나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동안 작가로서 그림 그리는 일에 혼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다.

그 푸르고 무성했던 잎들은 다 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왠지 쓸쓸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마치 비발디 사계의 바이올린 울림처럼 ‘곧 겨울이 끝나고 그 끝에 따뜻한 봄이 올 것 같은 희망적 메시지’로 들렸다. 고요함이 넘치는 경내를 걸으며 마주하는 모든 것들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사랑의 아련한 추억으로 가슴 깊이 새겨졌다. 화구 박스를 미리 챙겨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내려오는 길에 순천전통야생차 체험관에 들렀다. 따뜻하게 맞이해준 다도 선생님 덕분에 얼었던 몸과 마음이 눈 녹듯이 한순간에 녹아 내렸다. 찻상위에 놓여 있는 동백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빠알간 꽃잎 한 장 한 장 사이로 노오란 꽃술들이 춤을 추며 날갯짓 하듯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처럼 느꼈다. 이렇게 대상과의 적극적인 교감을 통해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또한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음에 잠시나마 겨울여행 묘미에 젖을 수 있었다.

선암사 겨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깊고 운치가 있었다. 흐드러지게 먹물을 뿌려 나무를 세우고, 오묘한 무지갯빛 마음의 형상들을 연분홍 꽃으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번 여행으로 다소나마 지친 마음을 재충전하면서 제2의 작업을 구상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 물감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하면서 의식 전환과 내면적인 사색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표현의 작업들로 그 순간들의 아련한 추억들을 고스란히 화폭 속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다. 성숙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하여….
 
정현숙 (화가·송아미술음악영재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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