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정치권, 민심에 응답하라
[경일시론] 정치권, 민심에 응답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6.01.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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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수녀와 정치인이 함께 물에 빠졌다. 누구를 먼저 건져내야 할까? 정답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을 서둘러 건져내지 않으면 강이 심각하게 오염되기 때문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부패와 비리의 한계가 도대체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라고 뽑은 국민이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이다.

얼마 전엔 국회 모 의원이 분양대형업체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또 다른 의원은 의원회관에 카드단말기까지 설치해 산하 공공기관에 책을 팔다 발각됐다. 어떤 의원은 민자도로 주변 땅의 지주들에게서 몇 년에 걸쳐 후원금 수천 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낙제대상인 아들을 졸업시켜 달라고 학교에 찾아간 의원이 있는가 하면 공기업에 압력을 넣어 사무실 인턴을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도 있고, 자기 보좌관에게 준 월급의 일부를 도로 상납받는 ‘갑질’을 자행한 의원도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18대 때보다 6명이 많은 22명이다. 지난 연말에만 3명이 의원직을 강제 박탈당했다. 한 명은 학교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법을 고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범죄가 확정됐고, 또 다른 의원은 철도부품 납품을 도와주고 돈을 받았다. 이 외에도 2명이 2심까지 의원직 박탈형을 받은 상태고, 4명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고, 초선·다선이 따로 없다. 역대 가장 썩은 국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말고는 대한민국 어느 조직체가 구성원의 7%가 부패, 비리, 선거부정 등의 사유로 직장을 잃거나 감옥에 가는 곳이 있는가.

정당과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고지원이 우리나라만큼 많은 나라도 드물다. 정당들은 매년 400억 원(지난해 394억 원) 가까운 국고 보조금을 받고 있다. 대선이나 총선이 있는 해는 이 보조금이 두배가 된다. 후보자가 대선이나 총선에 지출한 비용은 선거후 국민의 세금으로 되돌려 받는다. 국회의원들은 후원회를 통해 1인당 연간 1억5000만 원씩 모아 쓸 수도 있다. 이것도 선거 있는 해는 2배가 된다. 세비와 보좌관 인건비 등 국회의원 1인당 연간 7억 원 넘게 지원되는 돈은 별도다. 이렇게까지 국민의 혈세인 국고로 지원해주는 것은 정치부패를 막기 위해서다. 정치부패가 사라져야 공무원 부패, 민간 부패가 줄어들고, 그래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민심은 국회 타락과 부패에 진저리 치고 있다. 법률을 만드는 국회가 부패한 인물들로 구성돼서는 안된다. 국회가 냉소의 대상이 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나라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부패한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 뇌물로 범벅이 된 법을 누가 지키려 하겠는가.

여야 정치권은 이런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올해 총선에선 당 차원에서 반(反)부패 공약을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부패사건으로 물러난 국회의원 지역구엔 다음 선거에서 공천하지 않겠다는 공약도 해야 한다. 국회는 1년에 100만 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만들면서 그 대상에 심지어 사립유치원 교사까지 포함했다. 그러면서도 선출직 공직자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며 예외규정을 두어 국회의원은 예외로 쏙 빼놓았다. 자신들은 향응, 뇌물을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말 낯 두꺼운 집단이 아닐 수 없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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