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육수'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육수'
  • 김지원·박현영미디어기자
  • 승인 2016.01.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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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원다도교육원 김현숙 원장의 레시피여행
현원다도교육원 김현숙 원장이 음식과 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편안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뒤편으로 김원장의 든든한 지원군 부군이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현숙씨의 사콤달근한 밥차 ‘육수’가 어려워?

TV방송이 먹방 쿡방으로 가득차는 동안 정작 500만 1인 밥상엔 밥이 아닌 끼니가 차려지고 비워진다. 냉장고에서 전자렌지 사이를 오가는 편의점 식단을 옹색하게 차려놓고 오늘도 TV 쿡방에 군침을 흘리는 현실. 요리책 한 두권, 레시피 한 두장 쥐어보지 않았을리 없다. 시간이 없어서, 실력이 없어서 못차려 먹었던 집밥이다. 엄마가 차려주지 않아도 따뜻하고 든든한 ‘집밥의 귀환’을 찾아 수곡으로 향했다. 그런데...

밥이냐, 차냐. 우선순위가 고민됐다.

진주 시내를 벗어나 30~40분 차를 몰아야 김 원장의 현원다도교육원에 도착한다. 김 원장 부부가 직접 지었다는 집은 교육원과 다실을 겸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출신으로 영남소방엔지니어링을 설립 운영하던 부군 류행수(70)씨가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랑방격인 황토방과 텃밭까지를 3살 먹은 강아지 삐삐가 지키고 있다. 대문이 없는 이 집은 잔디마당부터 텃밭까지 툭 트여있다. 반겨주는 김원장을 따라 교육원에 들어서는 순간 두 벽을 가득 채운 다기들이 김원장의 주종목을 일깨워줬다.

김 원장은 원광대에서 다도를 공부했고, (사단)한국차인연합회 소속 진주교육원 원장이다. 전통과 격을 중요시하는 다도에서 김 원장은 스스로 마스터라 자부한다. 현재 출강중인 경남과기대의 다도관련 과목이 5과목이다. 방학중이지만 김 원장은 바리스타 과정의 수강생들이 시험을 본 지난 주말까지 바쁜 일상을 보냈다. 이른 방문객을 맞은 김 원장 부부가 내놓은 찻상은 갓 내린 원두커피에 강정과 딸기가 곁들여졌다. 첫 만남에서 사콤장, 달근장과 ‘기절배추’ 생김치 이야기에 빠져버린 우리의 목적은 김원장의 밥상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기자기한 찻잔들 사이로 전해오는 김원장의 다도사랑이 첫 연재를 놓고‘밥이냐 차냐’라는 배부르고 향긋한 고민을 불러 일으켰다.

7살 현숙씨, 큰 밥상을 차리다

김 원장은 산청 덕산 사람이다. 산청에서 덕산을 찾아보면 안나온다. 덕산은 시천면 사람들이 자기들 고장을 부르는 말이다. 남명 조식의 덕천서원으로 유명하다. 시천면 사리 연화부락에서 태어난 김원장은 장터 터줏대감 김씨철물점 7남매 중 막내딸이다. 아버지가 왕릉 참봉일을 나가시고 어머니가 진주로 물건하러 가신 어느 날.

7살 김 원장은 큰상을 차렸다. 혼인이야기가 오가던 큰 언니의 사장어르신이 사돈댁을 방문한 거였다. 어려운 손님을 뫼신 7살 여자아이는 밥을 짓고 국을 끓여내고 돼지고기를 볶아 올린 다음 장독을 열어 김치를 내고 장아찌를 덜어내 사장어르신께 올렸다. 맛있게 드시라 큰 절까지 올린 7살 사돈 아가씨의 밥상에 감동하신 사장어르신은 칠순에 이르러 그 밥상을 다시 찾아오셨다고 했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내림인지 김원장 자매들은 음식을 곧잘한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봐오고 먹어온 맛이 든든한 기본기가 됐다. 지금도 정정하신 어머니가 설 안에 유과를 제대로 가르쳐 주시기로 했다. 어머니 눈에는 김 원장 솜씨도 아직 덜 여물었단다. 옛날부터 어머니는 장터에서 유명한 음식장인이셨다. 그 어머니 손맛을 제일 많이 내려받은 이가 막내딸 김원장이다.

읍내 국민학교를 졸업하자 어머니는 언니 오빠들처럼 김 원장을 진주로 진학시켰다. 선명여중, 삼현여고를 나온 김 원장은 평범한 청춘을 보냈다. 2003년 김 원장은 친한 동생에 이끌려 다도교육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차 따르는 일만 배워주는 동네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김 원장은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과로 진학했다. 2008년의 일이었다. 원광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김 원장은 한국차인연합의 다도대학원을 함께 선택했다. 차에 대한 김원장의 열정이 꽃피던 시기였다. 김 원장은 경남과기대에서 석사과정까지 내처 달렸다.

2009년 문을 연 김 원장의 현원다도교육원은 차인교육과 다도모임, 김원장의 음식에 반한 주부들의 요리교실까지 맛있는 냄새가 끊일 날이 없다. 김 원장은 본인의 호를 따 진주교육원의 이름을 지었다.

우리는 밥이냐, 차냐는 고민을 접고 배를 채워주고 마음을 채워줄 김원장의 손맛을 모두 담아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아직 겨울이라 텃밭은 텅 비었지만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제대로 맛을 낸 건강한 음식을 김 원장의 밥상에서 만나본다. 반듯하고 정갈한 찻상이야기도 들어본다. 한끼 식사가 우리 몸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바라는 김 원장 ‘현숙씨의 사콤달근한 밥차’ 이야기가 한달에 두번 독자의 문간으로 배달된다.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육수만들기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첫번째 비법 ‘육수’

“음식에서 기본은 육수거든.”

현숙씨의 ‘육수기본설’이다. 잘 우려낸 육수 하나면 웬만한 국물요리부터 밥까지 해결된다는 설명이다. 현숙씨가 차려내 준 밥상은 육수로 지어낸 시레기밥과 토란국. 여기에 사콤장을 끼얹은 생채와 잘익은 김장김치, 먹기좋게 썰어낸 총각김치와 동치미가 올라왔다. 마당넓은 시골집 김장이라 장독대를 땅에 묻어 두기라도 했나 싶지만 현숙씨는 어렵고 복잡한 궁리를 강조하지 않는다.

“김치냉장고에 넣어뒀지.”

집 그늘에 자리한 장독대에서 갓 꺼내온 동치미 통무를 어느새 나박나박 썰어낸 동치미의 깊은 맛을 글로 옮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김치맛이란게 원래 먹어보아야 알 수 있는 법. 요 감칠맛 나는 김치이야기를 첫 회부터 풀어놓기는 음식초보들에게 무리다. 현숙씨의 자랑 ‘육수’를 만나보자.

‘육수의 대명사’ 멸치는 현숙씨의 팔방미인 기본육수에는 안들어간다. 기본육수는 맑음을 강조한다. 몇시간씩 우려내지도 않는다. 살짝 끓으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다시 한번 끓으면 건더기를 건져내 가볍고 맑은 육수를 완성한다. 밥에 넣으면 밥물, 국수를 넣으면 국수국물이다. 여기에 재료와 양념, 요리사의 창의력이 더해지면 육수의 변신은 무궁무진.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팔방미인육수 재료


현숙씨의 LTE급 기본육수 레시피

물 4ℓ+다시마 손바닥만 한 것 한장+건우엉 1컵+건새우 반컵+건홍합 반컵+볶은 무우말랭이 반컵+건표고버섯 3개+건고추 3개(컵용량은 250㎖)

한소쿠리에 담아낸 육수 재료는 간단하다. 육수를 끓일 솥은 깨끗이 씻어 물기어린 빈 솥을 불에 살짝 달궈 잡내를 없애준다. 그 다음은 4ℓ의 물을 붓고 재료를 몽땅 넣고 끓인다. 육수가 처음 끓으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다시 5~10분 정도 끓이면 끝난다. 이 과정만으로 맑고 은근한 향이 있는 육수가 완성된다. 체에 걸러 맑은 국물만 소독한 유리병에 저장해 두면 한동안 국물걱정은 없다.

완성된 육수로 지은 시레기 밥이 궁금하다면 다음 회차를 챙겨보시길 추천한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밥 한공기가 뚝딱 비워지고 나면 깜짝놀랄 시레기숭늉이 기다린다.

김지원·박현영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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