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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사천 비토섬"내 간은 월등도 계수나무에 걸어놓았소" 잔꾀을 내었으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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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5  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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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맥어촌관광체험마을의 갯벌 체험장


◇슬픈 전절이 깃든 섬, 서포 비토섬

우리는 태어난 이후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여우가 살았다는 여우골 이야기, 도둑들의 산채였다는 도둑골 이야기, 샘, 바위, 동굴, 당산나무 등 수많은 얘기들을 들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사실이라고 믿었고 그 현장을 지나칠 때면 오금을 저리며 다녀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그 전설이나 민담을 믿었던 시절이 가장 순수했던 때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그 전설이나 민담을 믿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풍성한 상상력을 기르게 한다는 점에서 전설이나 민담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청량음료와도 같은 요소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물질과 명예를 위해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에게 옛 이야기와 더불어 순수한 상상력을 되살리고, 그 전설의 발자취를 찾아가 아름다운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참으로 행복한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번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5’는 별주부전 슬픈 전설이 얽힌 사천시 서포면에 있는 비토섬으로 떠났다.

 
   
▲ 남편토끼를 기다리는 아내토끼 조형물(테마파크)


-옛날 옛적 토끼부부가 비토섬 월등도에 살고 있었다. 어느 봄날 저녁 남해바다 용왕의 사자인 별주부가 찾아 와 남해바다의 용궁을 구경시켜주고 높은 벼슬도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은 남편토끼는 임신한 아내 토끼를 남겨두고 별주부를 따라 남해바다 용궁으로 가게 되었다.

병든 용왕의 병에는 백약이 무효하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을 잡아왔다며, 간을 내놓으라고 하자 남편토끼는 망연자실했으나 자신의 간을 월등도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며 꾀를 내고, 다시 별주부의 등에 업혀 월등도 부근에 당도하니 마침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달밤이었다. 성급한 남편토끼는 힘차게 월등도로 뛰어내렸지만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토끼가 빠져 죽은 그 자리는 토끼섬이 되었으며,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그 자리에서 자살하게 되는데 별주부가 죽은 자리가 바로 지금의 거북섬이 되었고 한다. 남편토끼를 용궁으로 떠나보낸 아내토끼는 매일 자혜리 바위끝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면서 목이 빠지게 남편 오기를 기다리다 바위끝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내토끼가 죽은 자리가 섬이 되었으니 바로 목섬이다. 지금도 아내토끼는 아기토끼를 안은 채 석상이 되어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옛 이야기는 대체로 해피엔딩인 구성이 많다. 하지만 비토섬에 전해지고 있는 별주부전은 전설에 나오는 주인공 모두가 슬픈 최후를 맞는다. 전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토끼의 간을 먹지 못한 용왕 역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 내용은 어쩌면 그 당시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관이 잘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지 않고 과욕을 부리는 백성들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 자신의 안락을 추구하는 지배계층 모두를 경계한 강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나하고 생각해 본다.

 
   
▲ 별주부전의 토끼와 거북, 마스코트

◇전설이 떠다니는 섬, 월등도

토끼가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비토(飛兎)섬이라 불리는 사천시 서포에 있는 비토섬은 진주에서 3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비토섬을 찾을 때는 가급적이면 겨울철 저녁 무렵이 제격이다. 겨울철이라야 낙지포를 비롯한 갯가 마을에서 생굴을 까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저녁 무렵이라야 비토섬의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굴 까는 모습과 낙조를 보는 것도 좋지만, 비토섬에 얽힌 슬픈 전설을 만나보는 것도 무척 탐방객들을 행복하게 한다. 오후쯤에 출발해서 먼저 별주부전 전설의 배경이 된 곳을 답사한 뒤, 해질 무렵 비토섬 낙조를 본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토교를 지나 오른편으로 가면 낙지포와 수협공판장 쪽으로 가는 해안도로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테마공원, 하봉마을이 나온다. 1992년 비토연륙교가 놓이면서 비토섬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썰물 때를 잘 맞춰 가야 별주부전 전설의 배경무대인 월등도에 닿을 수 있다. 썰물 때라야 모세의 기적처럼 하봉마을과 월등도 사이의 바닷길이 열린다. 월등도에 앞서 맨 먼저 찾은 곳은 별주부전 테마파크다. 테마파크는 자그마한 동산 정도의 크기인데 남편토끼를 기다리는 아내토끼의 조형물, 토끼와 거북이 집, 비토전망대, 수변 데크, 별주부농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어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거북의 등에다 세운 비토전망대는 훤히 트인 시계를 통해 사방을 조망할 수 있어서 참 좋다.

하봉마을에 닿자 마침 썰물이 시작될 때라 월등도까지의 길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월등도에서 토끼섬과 거북섬, 그리고 폐교가 된 초등학교 등을 직접 답사해 보려고 했는데 바다 중간쯤에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는 먼발치에서 바라본 것이 내심 더 좋았다. 현장을 직접 답사했더라면 별주부전의 전설에 나오는 공간들에 대한 허망함을 갖게 했을지도 모른다. 먼 거리에서 그 전설을 마음속으로 음미함으로써 상상 속에서 그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너편 섬의 무르팍까지 바닷물에 잠긴 월등도에서, 많은 탐방객들이 자기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거북이에게 귀엣말로 소곤대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다맥어촌관광체험마을의 갯벌 체험장

◇생명의 공간, 갯벌

돌아오는 길에 낙지포에 들렀다. 한창 굴까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해안에서는 고성, 통영에서 생산되는 굴과 함께 널리 알려진 서포굴, 크기가 잘고 향이 독특한 서포굴을 마을 할머니들께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까고 계셨다. 해질 무렵이 되어서 그런지 손들이 더욱 바빴다. 흔히 TV에서 본 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굴이 아닌 할머니의 정성을 직접 구해 올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하동과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 너머로 해가 비토섬의 하루를 끌고가고 있었다. 피곤했을까? 지친 하루를 끄는 석양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추위에 얼어붙었던 갯벌도 벌겋게 달구어진 모습이다. 갯벌에 서려있는 어민들의 삶과 석양이 어우러진 저 풍경 너머로 달이 뜨면, 동심 가득 담은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환하게 비토섬을 밝힐 것이다.

박종현(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 별주부전 전설의 배경무대인 월등도(썰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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